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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못하는 편지(내딸에게)


BY 세상풍파 2000-10-14

사랑하는 내 딸에게


어젯밤 꿈속에서 너를 만났단다. 너는 어둠속의 한구석에서

화가난듯 웅크리고 앉아 있었어. 너와 헤어진 이후로 너의 꿈을 많이도 꾸었지만

네가 옛날처럼 어린 모습으로만 나타나곤 했었지.

그런데 처음으로 네가 커 있는 모습과 슬픈얼굴을 보았어.

난 꿈속에서 너를 달래려 애를 썼지만 말을 듣질 않더구나.

그러다가 꿈에서도 착한 너는 결국 나를 이해하고 우린 함께 있었어...

그건 실현될수 없는 일이지만..

너를 달래며 얼마나 울었던지 자다가 깨어보니 두볼에 눈물이 흥건히 고여있었어.

생각해보니 지금쯤 너는 사춘기에 들어서 있을 나이로구나.

무슨 고민이 있는거니? 아픈데는 없니? 집안 환경은 불편하진않니?

십년이 지난 지금 네가 앞으로도 잘 현명히 자라주기를 엄마는 빌고또빈다.

요즘은 가끔은 널 잊고 지낼때도 있었어...어젯밤 꿈을 꾸고나니

너에게 정말 미안한, 어떻게 그럴수 있는지..정말 미안해..엄마를 용서해주렴...

사춘기에 들어서 여러가지 고민과 갈등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넌 침착한 아이니까 잘해나갈거라고 엄마는 염치없이 널 믿을수 밖에없다는

무책임한 말밖에는 지금 할수가 없구나.

네가 제법 많이 자랐더라고 네 외삼촌이 말씀 하시더라.

아빠와 함께 지나는길에 인사를 들렸더라고...고마웠다. 네가 잘 자라준것말고

이세상에 또 무엇을 바랄수 있겠는지...

너는 상대가 외삼촌인지 알지도 못하는 눈치라고..그래 그것이 더 마음 편하지뭐..

아뭏든 이쁘고 착하긴 하지만 네가 내성적이어서 걱정이 되는구나.

오늘은 제법 바람이 차갑구나. 감기들지 말고 몸조심하고...

헤어져있어도 네 옆에는 언제나 이 엄마가 있단다.

힘을 내렴...부디 힘을 내렴...



십년전 너와 헤어진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