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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가 이런 작은 일에...


BY hunmeen 2000-10-16

요즘은 정말 남자라는 인간들이 싫다.
우리집에는 나만 빼고 모두 남자이다.
신랑, 총각인 친정 오빠, 우리 아들 둘..
정말 집안의 모든 남자들이 나에게 왕스트레스를 준다.
몇주전 부터 신랑과는 각방을 쓰고 있다.
(남자들은 왜그렇게 먹는데 목숨을 거는지 모르겠다.)
신랑은 특수직업이라 삼일에 한번씩은 쉬는데
쉬는 날마다 빈둥빈둥 잠만 잔다.
물론 전날 숙직을 해서이기도 하지만
원래 천성이 게으르고 나태한 것 같다.
술먹을 자리도 피하고 꼬박 꼬박 집으로 오지만 꼭
그게 가정적이라고 말 할 수있을까?
몇주전 그날!
아파트 단지 우유배달(오후)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이불은 그대로 깔려있고 소파에 누워서 빈둥거리며
티브이를 보고 있길래 너무나 보기싫고 한심해 보여서
밥을 하지 않고 작은 방에 가서 누워 있었다.
밥을 하라고 깨우고 협박하고 해도 오늘은 밥 안해 준다며
맞섰다.
그랬더니 혼자 씩씩대면서 카운트다운을 했다.
모른척 외면했더니
내가 애지중지 키워왔던 화분들을 던지면서
거실을 초토화 시켜 놓았다.
그놈의 저녁 한끼에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 돌수 있을까 라고
느끼면서 나는 냉소를 머금었다.
"나하고 그만 살고 싶어?"
라고 물었더니 나를 향해서인지 애들 붕붕카를 던졌다.
애들이 방에 있다가 놀라서 나왔고 울먹였다.
너무나 나 자신이 초라해 보였고 신랑이 미웠다.
애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밥을 하려고 하니
신랑은 나가버리고 오빠가 퇴근해왔다.
놀란 오빠가 주섬주섬 조각들을 치우길래 말렸지만
애들이 다니니 안 치울수가 없었다.
다치우고 나니 밤 1시 였고 신랑은 2시가 넘어서 들어오더니
말끔히 치워진 거실에서 자는 것이었다.
더이상 대화도 싫었고, 여태까지 사과한마디 없이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태도가 싫고 계속되는 나태한 모습에
오히려 거부감만 더해 갔다.
이렇게 해서 살아야 되나 싶다.
물론 다른 일면도 많이 결부 되었지만 나는 이제 더이상
신랑이라는 존재로 대하기는 싫다.
애들 아빠로서만 대하고 있다.
밥만 해주고 여태 마주앉아 밥 한끼도 먹지 않고 있다.
내가 너무 독한건가?
이 가을에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가족들은
너무나도 단란하게 지내고들 있는데
나만 이렇게 찌그러지고 멍들어 있는 것 같다.
친정 오빠도 총각인데 데리고 있으려니
속터지는 일이 너무나 많다.
애들도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여자애들에 비해
너무 과격하고 시끄러워 짜증만 늘어난다.
정말 내가 이런 작은 일들에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살아야 하나..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마당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