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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을 누가 써야 할까요...


BY 합가앞둔 며느리 2000-10-17

곧 합가할 예정입니다.
저희 부부는 서울 35평정도의 집에서 홀어머님을 모시게 되었죠. 아직 정정하시지만 홀어머니 외아들이다보니 모자가 항상 함께 살 궁리만 하다가 마침내...제 자유는 끝났음죠..
함께 살던 결혼전 시누이는 독립생활을 한답니다. 자신은 결혼이 여자에게 치명적이라는걸 안다나요...자신의 엄마같은 시엄마 만날까봐 시집 못간다데요...히히..진짜로요...(제가 시누이 복은 있어요)..그리고 엄마랑 살기 싫다면 독립선언을 했죠...
정말 너무나 두렵고 끔찍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다면 잘하고 싶어요..다름아닌 절 위해서죠..

그런데 신랑이 그러데요..안방은 어머님 꺼라고...근데 그 말에 약이 오릅니다.
아버님이 계시다면 당연지사 안방 내어 드려야 하고 홀어머님이라도 그러면 좋겠지만 안그래도 희생을 감당하는 저로선 짜증나네요...

울 어머님 살림 쓸 수 있는건 당신 스스로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 30년 이상 된것이고 굉장한 구두쇠셔서 버릴것 뿐입니다. 옷도 몇벌 없으시고 그저 돈만 아시는 분이시니 짐이라곤 없습니다. 어머님도 다 버리신다데요.
전 시집올때 친정서 외동딸이라고 한사코 많이 신경을 써줬습니다. 분가한 집이 그리 큰집도 아니지만 정말 안 갖춘거 없고 장이며 뭐며 좀 크고 고급이지요. 그릇도 웬만한 종가집보다 많을껄요..정말 다 갖추었죠...
이러다 보니 합가를 하면 몽땅 제 살림으로 채우게 됩니다. 아직 결혼 3년차라 새 물건이니 어머님도 며느리덕에 새살림을 갖게되어 좋으신거 같습니다.
그런데 씁쓸하네요..시어머님보다 돈없는 울 집에서 힘들게 애써 장만해서는 울 친정보다 더 돈 많은 시어머니가 이용하고 새물건이라 좋아하시니까요... 저희 친정이야 분가가 오래갈줄 알고 최선을 다하셨겠죠...우리 엄마살림도 바꾸고 싶을텐데...

그것은 그냥 나의 좁은 소견이려니 하는데요...신랑이 안방은 어머님 몫이랍니다. 하지만 작은 방에는 우리 침대만 넣으면 끝이에여. 방이 3개이니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 우리 10자짜리 장이랑 화장대는 어디로 가나요...어머님 방에 두고 쓰라는데 그게 어디 몇일도 아니고 매일을 그렇게 살려면 너무 불편하지 않을까요...
구두쇠셔서 옷 자주 갈아입는것도 야단이시고 아직도 신랑 옷 입는걸 잔소리 하시는 분인데 그 분 방을 들락 거리며 제가 옷을 갈아입고 다녀야 하나요...신혼부부장이라 어울리지도 않는데..
제가 어렵사리 모으고 친정부모님이 애써해주신 물건들을 제가 힘들게 쓰기도 싫고 그렇게 까지 불편하게 살아야 하나 싶어요...
어차피 너무 작은 집에서 초라히 사셨고(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구두쇠셔서) 혼자이시며 짐도 전혀 없으시니 작은 장 놓아드리면서 작은 방을 쓰시게 했으면 하는게 못된 저의 소견입니다.
물론 효자인 신랑맘을 전혀 이해못하는거 아니지만...저도 좀 큰 평수로 가서 작은방이라도 장만 들어가면 안방 내어드리고 보기좋게 살고 싶어요...
제가 안방쓰려는거..너무 버르장머리 없는 걸까요..현실적으로 그것이 편리하고 그 큰방에 놓을 어머님 물건도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제가 틀렸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