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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님 꼭 보세요-동병상련


BY 탱자 2000-10-18

여명님께
저는 여명님의 글을 처음부터 자세히 읽지는 못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남편께서 술을
많이 드시는 것 때문에 걱정이신 것 같은데 맞는지 모르겠어요.
님의 글을 읽으며 먼저 눈물이 났어요. 보고 싶어도, 꿈에라도 한번 보고 싶은 오빠가 있는
데, 꿈속에 조차도 보이질 않는 오빠 생각이 나서요.
잊혀지지가 않아요. 얼굴이 기억이 안나야 잊은걸까요. 저희 큰오빠 흔히 말하는 알코올 중
독자였어요.
결혼하면서 부터였으니 거의 13년을 그렇게 술로, 본인은 물론, 집안 사람들 에게 너무 힘들
게 해 놓고 눈을 감았어요. 술에 의지해 사는 사람이 직장생활을 제대로 했겠어요. 그렇다고
집안이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서 먹고 놀 수 있는 형편도 아닌데, 저희 부모님 시골에서 농
사 지으시거든요. 결혼하면서부터 무엇때문인지 술로 계속되는 생활에, 아이까지 있는 큰오
빠네 생활비, 가끔씩 들락거니는 정신병원비 모두 부모님이 부담하셨죠. 저요. 시골에서 부
모님 곁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면서 주말이면 큰오빠네가 있는 곳으로 가서 큰오빠 감시하
는 생활했어요. 술못먹게 따라 다니구요. 대학때는 큰오빠네 살면서 퇴근시간에 맞추어 오빠
데리러 갔어요(그래도 다니던 직장의 상사가 좋은 분이셔서 어떻게든 술을 끊을 수 있도록
많이 도와 주셨지요). 그래도 마셨어요. 도망다니면서, 정신병원에서 퇴원하면 그날 바로 마
시러 가요. 나를 병원에 넣어서 고생시켰다고. 술 때문에 공중화장실에 빠지기도 하고, 경찰
서에서 전화오기도 하고, 돈이 없으면, 자기 아기 먹으라고 사다 놓은 과자까지 들고 가서
술을 마셨어요. 시계 맞겨 놓고 술마시는 건 보통일이구요. 저 정말 오빠하고 할말 못할말
해 가며 너무 많이 싸웠어요. 지금이 그게 제일 가슴 아프지만요. 그 와중에도 나약하게 바
라만 보고 있는 새언니가 너무 무능해 보이고, 정말이지 싫었어요. 지금생각하면 제일 가슴
아픈 사람중에 한 사람일진데 말이죠. 오죽하면 엄마 입에서 제발 좀 죽어라는 소리까지 나
왔겠어요. 길을 가다가 술에 취해 쓰러저 있는 사람이거나, 혹은 걸인들이 그렇게 쓰러져 있
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죠. 혹시 우리 오빠가 아니가 해서요.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식구
들만 아는 그 고통 저는 이해 하죠. 그렇게 여러 사람을 너무도 힘들게 하더니 그렇게 소리
없이 갔어요. 그렇게 밉고, 미웠던 큰오빠인데 지금은 너무나 보고 싶어요. 가끔 오빠에게
이야기 하죠. 듣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오빠 제발 오빠의 자식들과 새언니를 보살펴
달라고, 곧고 바르고 건강하게 살수 있도록 지켜 달라고요. 지금도 눈물이 나와서 다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저는 님께 식구들과 의논하셔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술. 도가 지나치면 본인의 의지로도 어떻게 안되나 봐요. 그래서 더
무서운 것 같아요. 마약과 다를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힘 내시구요. 마음 모질게 먹고
생활 하세요. 제발 다시는 우리 오빠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제발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