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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문제에 대해


BY 난 남자 2000-10-21

전 33살의 원숭이입니다.
집은 전라도 광주고, 학력은 남들처럼 존 대학은 아니지만 대학원까지는 마쳤고, 가족관계는 2남2녀에 막내지만 결혼후부터는 줄곧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여성의 권익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습니다. 집사람이 11년동안 근무한직장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거기다 출산이라는 이유로 강제퇴직을 당했고, 전 법적투쟁도 강행했던 경험도 가지고 있습니다.
전 여성이 이 세상의 반쪽을 담당하는 주체로서 당당하고 의연하게 살아가길 진정으로 기원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딸2을 가진 아버지로서 딸들이 부당하게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기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전 전공이 정치학이라서 그런지 매사를 구조적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지엽적인 문제는 아무리 고쳐나봐도 다시 순간만 지나면 원점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노동자들이 국회로 진출한다 할지라도 자본주의 국회는 자본의 이익만을 대변할 뿐 입니다. 전 가정의 문제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가 안방을 차지한다고 해서 아내의 권익이 박탈되고, 부부가 안방을 차지한다고 해서 부부중심의 가정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전 결혼하면서 제일 싫어한 말이 누가 잡고 산다는 말이었습니다. 어른은 어른으로서 존경의 대상이고, 존경의 표시로서 안방을 내어주는 것이지 그분들의 의견에 절대적인 지지와 순종을 보내는 것이 아닙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성질이 못됐는지 가끔 어머니와 다툼이 있습니다. 모두가 아내를 대신한 것들입니다. 아내를 대신해서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도 제 나름의로는 할도리를 하고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다면 할수 없지만.........

가정의 중심이 부부중심이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승복할 수 없습니다. 이런 발상의 반민주적인 발상입니다. 민주주의를 외칠려면 자신부터 민주적 사고와 행태를 보여야 하는 것입니다. 가정의 중심의 가족구성원전체가 중심이 되는 것이지, 부부중심이니, 어른중심이니 하는 말은 결코 민주적이지 않습니다. 또한 안방을 써야만 부부중심이라는 생각은 더 모순입니다. 부부중심이라는 말은 가족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부부의 의견이 공평하게 존중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정의 중심이 아닌 외곽만 기웃거리면서 살아야 한다면 아마 죽음을 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어른에게 안방을 양보한다 할지라도 제 의견과 주장이 가정에 반영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큰 가치가 아닐까요.

전 안방을 어른에게 라는 생각이 그렇게 중요한줄은 몰랐습니다. 오히려 가정에서 민주적인 의견개진과 중심적 역할이 여성으로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고, 제가 사회생활하면서 또는 가정에서 어른을 존대한다는 기본적 생각에서 안방은 어른에게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서 반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절 전 근대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것 같은데, 안방을 어른에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전 근대적인가라고 묻고 싶습니다.
전 공군중위로 제대를 했었는데 소부서 책임자였고 저보다 나이가 훨 많은 두분의 하급자를 두고 있었습니다. 전 그분들에게 엄청 존대했었고 제대한지 2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저한테 존대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절 귀찮을 정도로 불러냅니다. 홀어머니에게 안방을 내주었지만 어머니 말보다도 집사람 말을 더 잘 듣습니다. 누나들이 집사람 흉보면 누나들에게 호통칩니다. 지금 세상에 안방내주는 며느리 있냐고 하면서.........제 앞에서는 누나들이 집사람말 하지 못합니다.

하여간 두서없이 글을 썼고 여러분들한테 심적인 불편함을 야기했다면 죄송한 맘을 표합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하고 말이 있습니다. 진정한 여성의 권익은 가부장적 권위를 깨부수는 데서 나오는 것, 다시말해 민주적 의견수렴이 가능한 가정에서 형성되는 것이지, 단순히 안방만 지킨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가정의 중심은 부부중심이 아니고 전가족원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어느 한쪽에 무게중심이 실리면 그 배는 얼마못가서 침몰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