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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적인 여자?


BY 공주 2000-10-21

학교다닐때입니다.
이십대 중반의 너절한 남녀청춘들이 맥주를 마시러 갔지요. 그 중에는 저와 같은 전공, 같은 학교, 지겹도록 붙어다닌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맥주를 서로 따라주고 있는데, 그 중에 나이가 많아서 '누나' '언니'로 불리우는 언니에게 어떤 놈이 맥주를 한손으로 따라주면서 한다는 말이,
누나, 두손으로 받으세요. 나이에 관련없이 여자는 남자가 따라주는 술은 두손으로 받아야 해요.
그 말을 듣자마자 저는 뚜껑이 팍 열려서 선언을 했죠.
미안하다, 얘들아. 내가 오늘 분위기를 깬다.
그리곤 그 남성싸가지를 떡을 만들어 버렸어요.

그리곤 몇년후 그때 같이있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며 주절주절 말을 하는데, 그 때 이야기를 하더군요. 내가 얼마나 창피했는지 아니? 그 말들으니까, 정 떨어져서 깨는데 1시간쯤 걸릴걸 얼른 10분만에 깨버렸습니다.

전투적인 자세. 쌈박질 잘 하는 여자?
저를 귀엽게 봐주세요, 한번만 봐줘요, 이런 병신스러운 화해가 통하는 사회라고 생각하시나요?
전 별로 쌈박질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서 전, 열심히 일하고, 돈도 열심히 벌고, 번 돈은 열심히 꿍쳐놀 작정입니다. 한국적, 전통적, 미풍양속이라는 시꺼면 탈을 쓰고 있는 여성 인권의 박살이라는 싸가지가 저에게는 통하지 않게 힘이 쎄어지겠습니다.

사족으로.
난 남자님. 저는 제 남편과 별로 전투적인 자세로 살고있지 않아요. 여성인권 문제로 싸움이 될만한 남자와 결혼을 해서 살아야할만큼 비참하지는 않거든요. 요즘도 그런 졸장부들 있지요? 여성인권을 말하는 여자들과 목에 핏줄 세우고 물고 빽빽거리는 남자들.
불쌍하더군요.

어쨌든 전 별로 난 남자님을 싫어하진 않아요. 그렇게 생각하실수도 있으시겠지요. 근데, 내 남편과도 그렇게 전투적으로 사는냐는 식의 전투적인 공격은 안해주셨으면 해요. 전투를 상당히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전투적인 시비에는 얼마든지 전투적인 여자가 될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