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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짜 다이아.......


BY 공주 2000-10-22

가짜 다이아를 결혼반지라고 끼고 있어요.....
저희는 본격적인 혼수, 예물 다 생략하고, 그냥 선물 형태로 조금씩 주고받고 하면서 살게되었거든요...... 모든 경제적 부담이 나랑 그이, 우리 둘이 하는것이라 어차피 그 돈이 그 돈이 되는 입장이고......
이것 저것 돈들어갈 곳이 참 많더라구요.
우리는 아직 젊고 앞으로 살면서 잘 먹고 잘 살수 있다는 희망도 있고 그래서.......
5년안에 진짜로 바꿔주기로 하고 가짜 다이아를 떡하니 차고 있어요.

저희 친정 식구, 시집 식구, 아무도 제 반지가 가짜라는것을 몰라요. 제가 제 남편입을 단단히 봉해놨어요. 이 세상에 제 반지가 가짜라는것은 당사자들이랑 저랑 가장 친한 친구 한명 (20년째 가장 친한 친구인데, 입이 무거운 친구)밖에 몰라요.

제가 착한 사람도 못되고..... 욕심도 많고 자존심도 강하고 이기심도 많고 무슨 무슨 체도 잘하고......
친구들, 여동생........ 시집에서 받은 삐까뻔쩍한 패물들 보면..... 속이 좀 쓰리네요...... 얼마전에 제 직장 동료(저랑 같은 직책) 시집가면서 받은 패물들을 구경하는데, 그 애 남편보다 내 남편은 직책도 높고 월급도 더 많이 받는데...... 번쩍 번쩍.... 참...... 좋겠드라. 나도 보석이라면 기가 막히게 좋아하는데..... 다이아 세트, 진주 세트, 사파이어 세트, 에머랄드 세트.......
난 시어머니가 선물이라고 사준.... 진주 몇개.... 그리고 우리 돼지가 프로포즈하면서 끼워준 가짜 다이아..... 우리 엄마, 아빠가 나 혼수도 못해줄 정도로 어려운것도 아닌데..... 내가 그렇게 못났나도 싶고.......

우리 돼지 (이거 돼지라고 부르니 좀 미안하네. 별명인데.)가 내가 서운해 하는걸 알면, 아마 도둑질이라도 해서 진짜를 구해올꺼긴 하지만....... 그러긴 싫으네요. 안그래도 부담 많은 사람에게 저까지 부담이 되고 싶지가 않아서요....... 우리 돼지 돈이 다 내돈인데 (내돈도 내돈이고), 어디가서 빚내서 사오면, 어차피.......

내가 바보같기도 하지만.....
우리 돼지가 5년안에 반지도 바꿔주고 집도 사고 나 호강도 시켜주고 할꺼라고..... 믿고 싶어요. 그렇게 안되더라도, 저 사람은 그렇게 되도록 최선으로 노력을 할것이라고..... 믿어요. 안 믿으면 어쩌겠어요?

알뜰하게 살아서...... 나도 부자가 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