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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쉬운 두가지 원칙


BY 민들레 2000-10-28

강아지 데리고 산책을
하면서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결혼생활 27년)
당신에게 고마운 것이
딱 두 가지가 있다고요.

첫째는 여자문제로 속 안 끓인 것
두 번째는 퇴근 후에 전화 자주 해준 것.

퇴근 후에는 친구를 만나서 술 마실 것 같다...
일행은 누구 누구.. 장소는 어디 어디...
몇 시쯤 끝날 것 같다...
늦어지면 다시 전화로
"진수엄마야 미안하다. 조금만 더 마시고 갈께"
끝나면.. 지금 출발한다..

저녁에 회의가 있는데 몇 시에 끝날 것 같다...
회의가 길어지면.. 아직 안 끝났다...
(화장실에서 전화)
방금 끝났는데 지금 출발한다..
하는 전화보고를 27년 동안 거른 적이 없었어요.
아니다, 몇번쯤은 못 걸었던 적이 있었네요.
그런 날은 태풍이 불어서 통신이
끊어졌을 때이지요.

그래서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거나
음악감상을 하거나
TV를 시청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남편을 철썩 같이 믿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요.

새댁시절, 남편은 지방에, 저는 서울에
떨어져 살았을 때
술자리에서 회사동료가 일부러 이쁜 여자를
남편 곁에 앉혔대요.
그러니까 남편이 그 여자 손을 뿌리치며
"지금 내 아내가 혼자 서울에 남겨져 있습니다"
이것도 회사사람이 알려 주어서 알았어요..

한번은 술자리가 길어져 모두들 여관으로
몰려갔지만(그 때 당시 통행금지가 있었음)
남편만은 경찰서에 가서 사정을 하고
백차 타고 집으로.
여관으로 가신 분들은 한동안 아내들에게
시달림 받았었지요.

인간성이 좋아 주위에 항상 많은
사람이 들끓어
술자리가 많아 마음이 아팠지만
두 가지 원칙은 꼭 지켜 주어서 그냥
무난하게 순탄하게 별 풍파없이
살아 왔던 것 같습니다.

마음아파 했던 술자리도 50고개를 넘어가더니
팍팍 줄어들더군요.
그래서 그 문제도 저절로 해결이 된 셈.

이 두 가지 원칙,
즉, <다른 여자에게 한눈팔지 않기> 와
<퇴근 후에 전화자주하기>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어려울 것 같으면서도 쉬운 이 두 가지 원칙을
아들에게 몸에 배이도록 해서
결혼시키고 싶은데 당체 말을 안 듣네요.

지금 군인인데 한 달에 한번씩은
외박이란 것이 있잖아요.
아들 목소리가 듣고 싶어 토요일부터
전화기 옆에서 기다렸지만 다음날
귀대시간이 달랑달랑해서야
전화를 합니다.
"엄마야, 나 지금 부대 들어간다. 빠이빠이"

늦게 본 무녀독남(無女獨男) 이지만
세대차이를 안 느끼게 하려는
저의 눈물겨운 노력으로(10대 20대들이
좋아하는 프로를 자주 시청하고 유머사이트에
들어가서 유머감각도 익히는 등...)
아들과는 흉허물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편이지만
전화만은 잘 안 하는 것이 너무너무
속상해요.

어떻게 하면 남편처럼 전화 잘 거는 사나이로
거듭 태어나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내 며느리도 먼훗날 50고개 넘어서 남편에게(아들)
고맙다는 소리를 할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제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신 남편님들!
뭔가 느끼신 바가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