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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쁜 내이름


BY 지영 2000-10-28

전 항상 지영으로 글을 올리곤 합니다.
제 예명이죠.
제이름은 ~ 자로 끝나는 이름이거든요. ~자로 끝나도 이쁜이름
이 있잖아요. 학창시절 '희자'라는 이름이 참 부러?m거든요.
예민한 시절 이름이 안이뻐서 항상 가명을 가르쳐주다가 망신
당한일도 있고(미팅때 혜란이라고 했다가 남자친구가 저희집에
전화해서 혜란이 바꿔달라고 하니까 용감한 우리엄마 혜란이가
아니고 걔는 ~자야, ~자라고 불러) 갓회사에 들어갔을때 고객과
통화할 일이 있으면 예, 저는 미스0입니다 하면서 쓰윽 제이름
을 안가르쳐 드리면서 끊곤 했는데 그것도 어느정도 지나니
여직원을 미스뭐뭐라 하는건 안좋은 일이라면서 이름을 부르라고
윗분이 말씀하대요.
27,28된 나이부터 소개팅또는 맞선을 나갔는데 남자들의 질문은
비슷하더라구요. 형제는 어떻게 되냐? 형제들 돌림자가 "자"
자이냐? 왜 혼자만 자로 끝나는 이름이냐?
무지 속상하죠. 제이름이 이렇게 된데는 사연이 있거든요.
저희 엄마는 이복형제까지 합쳐서 9남매중 장남에게로 시집오셨
어요. 첫딸을 낳으셨죠. 살림밑천이라며 좋아하셨대요.
둘째딸을 낳으셨죠. 큰애와 잘 놀거라면서 좋아하셨대요.
셋째딸을 낳으셨죠. 셋째딸은 선도 안보고 데려간다면서 좋아하
셨대요. 네째딸을 낳으셨죠. 문제는 그때부터였죠.
애낳고 너무 울어서 시력이 안좋으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으
니 무지 많이 우셨나봐요.
다음에 저를 가지셨죠.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갔더랍니다.
무당이 하는소리가 뱃속아이는 틀림없이 아들이다. 아들이아니면
아들노릇을 꼭 할 것이다.
결과는 다섯째딸을 낳으셨죠. 이번엔 울지 않으셨답니다.
아들노릇을 한댔으니 뒤에 아들동생을 보여주겠지 싶으셨대요.
그래서 지금의 제 이름을 지으셧대요. 직접 지으신건 아니고
이모 말씀이 윗동네 딸 일곱인집 일곱째딸 이름이 ~ 자인데
뒤에 여덟번째로 아들을 낳았다나요, 그이름하고 제이름하고
똑같습니다. 그리고 여섯째아이를 낳았는데 전 제 이름값도
못하고 여동생을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제이름은 엄마의 바램과
는 다른 정확히 말하면 실패한 이름이죠.
저 자랄때는 리어카에 가전제품을 잔뜩 싣고 다니시는 일명
"양은아저씨"가 계셨더랫습니다.(양은대야도 파셔서)
우리엄마 아빠몰래 월부로 전기밥통을 샀습니다.
월부장부에다 이름을 적으랬더니 ~자엄마 하면서 제이름을
적는것입니다. 그 아저씨 월부금 받으러 오실때마다 ~ 자엄마
계세요 하시면서 들어오셨죠.
왜 제이름을 적었냐면은 다른 언니들이름은 너무 헷갈려서
(미란이,정란이,영란이,경란이,외란이) 왜우기 쉬운 제이름을
대신거죠. 고향이 경상도이시라 갱란이 애란이라 발음되는 이유
도 좀 있었구요.
저 시집갈때 청첩장에다 아버지의 오녀라고 좀 안했으면 싶었는
데 아버지말씀왈 오녀라 해야지 시골서도 헷갈리지 않고 올수
있다나요. 할 수 없이 오녀라 적었죠. 신랑측 손님들이 청첩장
받고 다들 놀라셨겠죠. 뭐.
지금부르는 지영이라는 예명은 아버지가 손수 지어 주신거예요.
아버지도 지난날의 잘못을(?) 아셨는지 시집간 다음에 군소리없이지어주셨어요.
저희신랑은 법원에다가 개명신청을 하라고 합니다.
한편으론 저를 이해해주는것 같아 기쁘다가도 한편으론
당신이름이 어디가 어때서 그래? 괜찮아 그이름도 이뻐 이렇게
얘기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어 섭섭하기도 하고 참 복잡합니다. 시집와서 아이낳고 나면 누구엄마라고 부르잖아요. 흔히들
우리아줌마들 꼭 제이름 부릅니다. ~자씨 ~자씨 하면서.
그래도 씨자를 꼭 붙여주니 참아야지요.
이런 제이름들이 역사에 남게는 되겠죠.
그옛날 아들을 바라는 마음에 여자아이의 이름을 후남,딸고만이,끝녀,~자라 불렀다.
역사에 기록되니, 좋은이름이라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