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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님이랑 살고 싶지 않아요.


BY 답답해서리... 2000-11-01

전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여기다 글을 올려도 괜찮을까요?
요즘 너무 답답해서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전 지금 동생이랑 자취하고 있는 대학원 준비생입니다.
부모님 덕분에 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니 일반 자취생보다는 아주 많이 편하게 살고 있지요.
근데 이제는 이런 편한 생활도 끝나게 생겼어요. 조부모님을 모시게 되었거든요. 저희집은 조부모님, 큰집, 작은집, 고모네가 모두 서울에 살고 있구요, 저희 부모님만 지방에 살고 계시죠.원래 조부모님께서는 큰집에서 함께 사셨는데 큰집이 부도가 나면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었지요. 아빠는 둘째니까 큰집에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우리가 모셔야 된다고 하시고 저도 그 말에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하고 있어요. 근데 지방에 있는 우리 집은 지금 공사 중이어서 조부모님이 계실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자취하고 있는 저와 제 동생에게 와 계신다고 하시더군요. 두 분이 사실 집을 구할 때까지요. 글쎄요. 저도 제가 옳지 않다는 건 알고 있어요. 어쨌거나 제 조부모님이니까요. 근데 문제는 그 분들이 제 식구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전 그 분들에게서 손녀라고 대우(?)받지 못 했거든요. 일례로 제가 서울서 자취한 지 벌써 6년째인데 그 흔한 김치도 가져다 주신 일이 없거든요. 고모네에게는 철마다 김치며, 오이소박이도 담가 주시지만요. 그리고 자칫하다가는 큰 집 식구들도 다 여기 와서 살 지도 모르거든요. 그 생각만 하면 정말 치가 떨린답니다. 저희 엄마 큰 집때문에 무지하게 마음 고생 하셨거든요. 맨 처음 장만한 우리 집은 큰아빠 사업이 실패하면서 살아보지도 못하고 저당잡혀 넘어갔지요.(전 한 번도 못 봤구요. 그 집을....)아직까지 그 일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 한 번 못 들었지요. 카드 대금을 못 내서 갚아주기도 여러번.... 심지어는 외할머니가 엄마 쓰라고 논이랑 밭을 팔아 돈을 마련해 주시면 그 돈까지 달라고 뻔뻔스럽게 요구하는 겁니다. 신혼 초에 아무 것도 모르는 엄마가 돈이 조금 있다고 말씀하시면 할머니는 돈을 불려 주겠다고 하시며 돈을 받아 가신뒤 한 번도 돌려 주시지 않으셨죠. 문제가 생길때마다 항상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지요. 그럴때 엄마가 한 번이라도 싫은 내색을 하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엄마를 욕했구요. 형제간의 우애라고는 모른다고... 엄마가 더 섭섭해하시는 건 작은 집도 있고 고모네도 있는데 왜 꼭 우리냐는 겁니다. 우리 집이 떼부자도 아닌데 너무 한다구요. 작년에 엄마는 하마터면 쓰러질 뻔 하셨지요. 갑자기 할아버지가 전화하셔셔 1000만원을 보내라고 하시더래요. 아주 당당하게... 꼭 맡겨놓았던 돈을 되찾아 가는 것처럼... 작년에 우리 집도 많이 어려웠거든요. 그래도 어른들이니까 아무 말도 못 하시고 500만원만 보냈다더군요. 작은 집에서도 얼마 보태겠지 생각하면서요. 근데 작은 집에서는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식으로 돈문제만 생기면 우리에게 당연하게 손을 내미는 어른들이 너무 싫어요. 그런데도 지금 부도가 나서 살 곳이 없다니까 당연하게 우리와 같이 사신다고 하시더군요. 어쩌면 큰 집식구들이 다 올지도 모르죠. 갈 곳이 없으니까요. 엄마도 그래서 걱정이래요. 아무래도 사촌오빠까지 우리와 같이 살 것 같다고.. 자꾸만 우리 집에 오거든요. 남들이 보면... 그래요. 친척인데 왜 그렇게 비뚤게 생각하느냐고 욕할겁니다. 그래도 한 번도 친척이라는 걸 느낀 적이 없는데 단순히 혈연에 매여 같이 살아야 한다는게 너무 끔찍하네요. 아직 조부모님이 오시지는 않았지만 오신다고 생각만 하면 전 집에 있기 싫어요. 이런 제가 나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