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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서 건진 내 남편


BY 지친날개 2000-11-05

그저께 자정이었습니다. 둘째아이가 아파서 새벽에 잠을 못자기 때문에 남편에게 시끄러울까봐 제가 둘째를 데리고 작은 방으로 자러 갔습니다. 컴이있는 큰방에서 큰아이와 남편이 자기로 했죠
그런데 그동안 작은방에 불을 넣지 않아서인지 추운것 같아 보일러를 높이러 큰방에 들어서던 순간이었습니다.

큰방에서 도란도란 소리가 들려오는 거에요. 밤 12시 30분인데요
상식적으로 그시간에 전화한다는 거는 아주 급한일 이거나, 혹은 애인사이 아님 누가 그 시간에 전화를 합니까?

문을 열지 못하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가슴은 평소보다 갑절 뛰기 시작했고 초긴장 상태가 되더군요.

남편이 한 말을 적어볼까요.

"거시기(남편동호회이름) 회원이라고 했어 마누라한테는"
"다이얼패드(컴으로하는전화) 로 전화를 해야 증거가 안남지"
"응. 저쪽방에서 자."

글씨..헤드셌을 대고 이렇게 말을 하더라구요.
말하는 투를 보아 상대는 여자가 분명합니다.
요즘 남편은 거시기회원들과 게임도 무쟈게 많이 하고 심지어 동호회라고 초저녁에 나가서는 담날 새벽4~5시까지 겜하고 먹고 마시고 들어옵니다. 물론 그중에 여자도 있지요. 그런 지경인데
일단 그 통화상대는 거시기 회원도 아닌 여자입니다.
듣다 말고 들어갔죠. 남편은 태연스럽게 하지만 대화내용은 금새 부인이 들어와 옆에 서있다는 말로 다소 위축이 되었고
저는 옆에서 끊을 것을 종용했죠. 남편도 금방 끊더라구요.

"겨우. 이런거 였어?"
제가 뱉은 첫마디죠.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나몰래 젊은 가시나하고 전화하다 들킨...참 기분 드럽더라구요.
남편은 모사이트 기자인데 자기가 올리는 글을 잘 본다고 합디다
아니 그럼 글만 보면 될일이지. 왜 집으로 전화하고 그래야 합니까? 남편은 그날 낮잠을 많이 자서 잠도 안오고 그 기자가 늦게 다니니까 문자메세지를 그시간에 넣어 봤대나요. 그 가시나가 전화를 하라고 해서 했데요.
참 기가 막히죠.
요즘 젊은 가시나는 아무한테나 집전화 핸드폰전화 갈켜주고 그런모양이죠?
격앙된 목소리로 저도 전화를 했습니다. 그 가시나 말을 버벅거리더라구요. 긴 얘기 할 것도 없이 남편이 전화를 방해했습니다. 해도 낼 하래나요.
그 새벽에 그렇게 옥신각신하다가 남편은 자고 전 아이가 아파서 잠도 못 잤습니다. 열 받아서 잠도 안오죠. 또

아침에 남편 굶겨서 보냈습니다.
문을 나서자 마자 그 가시나한테 전화를 했죠.
그냥 단순히 자기 글을 관심있게 보아주고 그런 분들께 멜을 보내기도 하고 그런다나요. 참.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대요.

문제는 남편입니다. 남편은 거시기회원 여자덜한테도 문자메세지가 옵니다. "오빠. 이쁘쥐~잉" 등등 요런 작태로 들어옵니다.
웃고 말지만. 기분 씁쓸하죠.
저 몰래 그 기자랑도 얼마나 전화통화하고 메세지 주고 받고 했겠습니까? 남편은 바람난 것도 아닌데 그런다고 펄펄뛰죠

그렇지만 여러분덜. 생각보십쇼. 남편이 다른 여자들하고 오빠와빠 해가면서 전화하고 메세지 주고 받고 멜 주고 받고. 머. 그리 기분이 좋겠습니까? 그럼 여자도 동호회로 이름져 똑같은 행태로 하면 기분좋겠습니까?

그 기자가 남편에게 보내온 멜을 봤습니다. 남편을 좋아하는 10가지 이유...요렇게 썼더라구요. 참..요즘 애덜은 또 반말쓰자나요. 기분드럽게.

저도 게시판에 글을 올렸죠. 그 가시나가 기자로 있는 게시판에 남편과 기자와의 일을...
그랬더니 남편은 저를 협박하대요. 그 글을 올리면 이혼하대나요. 집을 나간대나요. 그래도 올렸죠.

우리집 전화통에 남편이 열나게 전화합니다. 구실러보기도 하고
그제서야 맘에도 없는 "미안하다고" 합디다.
역시 인터넷의 위력은 대단하다니까요.
그래서 그랬죠. 한 50명은 본 다음에 삭제해주겠다고.
전화 많이 하대요. 복수한 방법이 영..시원하더라구요.

남편은 이제 약속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자기가 잘못했다고는, 더군다나 마누라가 왜 날 못 믿을까 요렇게 밖에는 생각을 못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도 내가 싫어하는 일이니까 좀 안해주면 안돼? 그랬죠
그래서 약속은 했습니다.

아~...약3일동안 엄청난 에너지 소비를 했습니다. 게다가 아이까지 아파서 병원도 가랴..잠도 못자고 힘도 들었습니다.

어떤 남자분이 여자를 양말에 비유한 적이 있었죠.
전 그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남편이 양말이었음 뒤집어 속도 보고 더러우면 빨아도 쓰고 그랬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