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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우리 고모...


BY 왕수다 2000-11-08

제 얘기가 아닌 걸 이렇게 올리는 건 당사자도 아닌 제가 너무 속상해서요...
제 시댁에는 저와 동갑인 시누이가 있어요. 맘도 무척 여리고 착하고, 얼굴도 예쁘죠. 아주 예쁜 딸아이도 하나 있구요... 결혼한 지 만 2년 되었는데....
동갑나기 남편이 바람을 피운대요. 이 일이 근 일 년이 되어가고 있어요. 첨에는 싸우고 친정에 와서 며칠씩 있는 시누이나 그냥 있으라고 하시는 시어머니나 좀 이해가 안 되었지요. 전 싸우고 절대로 집을 나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싸우고 또 며칠 잠잠하다 또 그러고... 시댁식구들이 그 남편을 불러 타이르고 어른이 야단도 치시고 한 적도 많죠. 게다가 제 남편이 맏아들이라 홀시어머니 대신 어른 노릇을 강요받은 적도 있구요. 첨에는 다 맘에 안 들었어요. 당사자들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지 하는 생각에요.
요 며칠도 아주 정상적이고 행복한 부부처럼 보였는데, 오늘 일끝나고 아이 데리러 갔다가 시누이랑 늦은 저녁을 함께 먹다가 보니 시누이가 밥상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구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신랑 때문이래요.

이 신랑 하는 짓이 너무 못되먹었어요. 같은 직장에 다니는 어린 아가씨랑 밤이고 낮이고 할 것 없이 핸드폰으로 장난을 치길래 그 아가씨랑 통화도 했었답니다. 우리 시누가요... 근데도 계속 만나고 다니는 거예요. 게다가 외박하고 아침에 들어와서 어디있다 왔냐고 했더니 태연하게 방석집에 다녀왔다고 하더랍니다. 미안하게 됐다면서요... 바람 피우면서, 실수라도 용서하기 힘든 일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얘기하고 당연히 젊은 마누라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직 서른도 안 된 남자가요...문제는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거죠. 회식이 있는 날은 술자리 끝나면 혼자 그런 곳에 다니는 눈치랍니다. 오죽하면 시누이가 화대가 얼마나 하냐고 제게 물어보겠습니까?

어머니도 그냥 애 봐서 참고 살아라 하시다가 그런 애비 밑에 아이 못 둔 다며 증거 잡아서 확실하게 이혼해라 하십니다. 신랑이 또 이혼은 안 하겠다고 하고 있거든요. 도대체 마누라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건지, 아니면 말려 죽이려고 의도적으로 그러는 건지 .....

시누이 시댁에서도 그 아들이 바람 피는 걸 모두 알고 있는데, 어른들은 아무런 조처도 내리지 못하고 있답니다.
모두 아는 일을 또 다시 용서란 이름으로 묵과하고 시누이의 희생을 강요하며 모른 척 지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같은 여자 입장에서 이혼이라는 극한 단안을 내려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자신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제 시누이는 제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아이를 기르면서 혼자 살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며느리인 까닭에 함부로 생각하는 걸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겠고, 매일 눈물로 눈이 퉁퉁 부어 밤 열시까지 일하고 들어오는 시누이는 안타깝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