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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일 때마다...


BY 지영 2000-11-09

15일날 수능시험이 있다구 라디오에서 어쩌구 저쩌구....
울남편 시험추위가 당연히 있을거라고 옆에서 한마디하구

저요 몇년전까지 수능시험보는날 울었어요.
지금은 울지는 않지만 콧등은 찡해오네요.

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직해서 직장다녔거든요.
스물한둘에 도시락넣은 베낭을 메고 버스를 기다리면 지나가던
택시가 빵빵거리면서 제앞에 섰었어요.
"학생, 시험보러가?" "아니요"
손을 내저으면서 아니라고 한다음 회사가는 버스를 탔는데
저 버스에서 울었잖아요.

전 제또래들 하고는 다르게 형제가 여섯이나 있는집 딸이었고
바로 위에 언니가 대학을 진학하는 바람에 저는 자동빵(?)으로
고등학교 마치고 취직했어요.

취직하면서 내가 번돈으로 동생이라도 보내줄려고 했는데
우리막내는 공부에 영관심이 없어 대학 안가드라구요.
부모님께 수능날 속상해서 운거 한번도 내색한 적은 없어요.
지금까지도 모르고 계실꺼에요.
내가 대학안가서 섭섭해 하는줄은요.

대학나왔다고 주부된 입장에서 특별히 대접받을께 없는건
알지만 꼭 대접해달라고 하는게 아니라, 요즘같이 수능추위
어쩌구 하면 마음이 쫌 그래요.
여러분 저 못났죠?
제작년에 전문대에라도 원서 내볼려다가 시아버지하고 남편한테
망신만 당했잖아요. 그시간에 살림이나 신경쓰라고...

아이 유치원원서에 부모학벌 쓰는 난이 있잖아요.
제딴에 큰맘먹고 대학교졸 이렇게 썼거든요, 울남편 비웃드라
구요 "야, 대졸이면 대졸이지 대학교졸이 어딨냐?"
얼마전 인구조사에는 똑바로 썼어요. 나라에서 하는건 똑바로
해야죠.
그 대학교졸이라고 써놓고도 얼마나 손이 떨리고 심장이 뛰던지

그래도 옛날에는 다들 시험보냐고 물었었는데,
요사이 수능날 얼쩡거리면 다들 학부모세요? 할꺼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