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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좀해주세요. 잘못된점이 있는지-- 그 뒷얘기까지 들어보실래요.


BY bibianjoa 2000-11-11

충고 고맙습니다.
충고를 밑반찬 삼아 다녀왔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 70점 짜리 며느리가 부모보고는 100점짜라 부모가 되달라고 부탁드린것 같은 조금은 건방진 며느리 같기도 하더라구요.
여하튼 신랑의 입장+ 죄송한 마음+조금 존심이 상한 감정을 안고
뒷 날 바로 찾아가서 저녁상 차려 드렸죠.
뜻하지 않은 방문에 쪼금 놀라시기를 바라면서
어머님께 죄송해요 어머님 하면서 뒤에서 꼭 안아 드렸어요.
괜찮다. 네 마음 안다 하시면서 웃으시더라구요.
중하구이에 더덕 초무침. 동태전 그리고 잦죽
잦죽 드리면서 그랬어요.
저때문에 소화 안되실까봐요. 맛있게 드세요했더니 아버님 그래하시더라구요.
신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안했어요.
부탁햇거든요. 가족이 모인 상황에서 부모님 편들어드려야겠지만
그러면 내가 속상할것 같아서 중립을 요구했더니 끝까지 침묵.
결과적으로는 다행이었죠.
더이상 아무런 얘기 없이 눈빛과 마음으로 끝냈다고 봐요.
5년 참었으니 5년만 더 참을껄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잘 한짓인지.
그래도 뒷마무리는 잘했다고 봐야겠죠?
"시" 자가 어렵긴 어렵네요.
여러분은 혹시 저같이 편지를 쓰신 후에 평도 받으시고 그리고도
몇일 후 다시 읽어 본다음 보내세요.
처음과는 다른 생각이 들더라구요.
참고사시던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 화병이 생기듯이
참지 못할 바에는 터트리도록.
대신 나중에 겪어야 할 입장도 염두해 두면서요.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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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둘에 결혼 5년차의 주부입니다.
처음으로 부모님께 보낸 글인데
평좀 해 주세요.
그동안은 중간중간 아래 내용과 같은 대화를 했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어서 글을 선택했답니다.
결혼 후 여직까지도 1주일에 한번씩은 꼬박 다니며
살림도 해 드렸고(쓰레기 분리. 정리, 청소)--돈이 없으니까 몸으로라도 대워야 된다는 심산임...
말도 곧 잘 통하지만 다른 동서들이나 서방님들에게는 별로.
자주 왕래 안하시니까 아무래도 괴씸해서 인듯 싶지만
때로는 중간에서 제가 힘들거든요. 동서들과의 사이느 양호함.
이쪽 저쪽 불만 들어주며 다독이느라 난처한 입장이었는데
(저또한 불만 사항)
안되겟다 싶기도 하고 이번이 기회다 싶기도 했죠.
나중에 모시고 잘 저로서는 되도록이면 싸우면서라도 정들고 싶어요. 사실 저한테는 그동안 잘 해 주셔서 더 괴씸도 하셨으리란 것 이해는 하지만 결국은 저도 며느리러다라구요.
그만 부모님께 메일을 보냈는데 화가 나셨거든요.
어머님이 우시는 통에 저도 울면서 쬐금 빌었어요..
어떠한 점이 잘못 되었는지 평좀해주세요.

참고로 저는 불만과 해야할일은 구분할줄 아는
착한 며느리랍니다.
천천히 좀 보내지.---신랑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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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아버님께 조심스러이 글을 올렸습니다.
몇 일전에 다녀온 뒤로 마음이 개운치 않아서 몇 자 올리고자 마음먹었는데 막상 쓰려하니 어떠한 말씀부터 드려야 될는지 그저 막막할 따름이네요.
어머님께 드린 말씀 중 행여나 기분 언짢으셨던 언행은 없었는지 심히 걱정이 되었거든요.
어른을 모시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랫사람을 다독이며 화목하게 지내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되는 날이었습니다.
되돌아보니 중간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생긴 일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부모님 앞에서는 며느리로서의 입장을
동서들 앞에서는 부모님의 입장을
저는 저대로 되도록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이해시키려 했던 것이 문제였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얘기를 하다보면 저를 포함해 모두가 자신의 생각만 호소하려 하는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은 부모님의 입장만을
자식들은 자식들의 입장만을.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탓이라 생각하고 노여움을 푸시라며 빌어 볼 까도 생각했지만 전 너무 속이 상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저에겐 참으로 조용한 날들이었는데, 저는 저대로 노력하고 있고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도 받고 있다고 제 스스로 생각하며 지내왔었는데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모님 또한 저와는 다른 느낌으로 마음이 상하셨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어떠한 방법이 최선의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심기 불편하신 부모님께 더더욱 글을 올리는 자체가 건방진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떨리는 마음으로 글을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저 또한 훌륭한 며느리가 못된다는 것은 제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죄송스럽고 이런 글을 올리는 것조차 제게 자격이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는 나름대로 바램이 있습니다.
이 집안에 있는 동안은 저는 좋은 며느리이고, 형수이고, 형님이고, 아내이고, 부모이고 싶습니다.
제 욕심이 너무 지나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도와주세요.
자식을 키우신 건 몇 십 년이시겠지만 며느리를 받아 들이 신건 몇 년밖에 안 되었으니 적응기간이리라 생각하시며 다시 한번만 한동안만이라도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보살펴 주십시오.
부모님과 자식들 사이가 좋아야 형제간의 우애도 좋아지고 동서간의 우애도 돈독해지지 않을는지요.
부모님의 도움이 절대 필요합니다. 넓으신 마음이 절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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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망설이다가 아래의 글을 지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큰며느리가 감히 부모님께 올리는 건방진 글이란 걸 알면서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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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을 대하실 때 질책보다는 격려와 다독거려 주시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위로도 받고 싶고 기대고도 싶은 건 부모님뿐만 아니라 자식도 마찬가지라는 걸 알아 주셨으면 해요.

현실적인 냉정한 말씀도 때론 필요하지만 더불어 따뜻한 말씀도 꼭 같이 덧붙여 주세요.
부모님이 냉정한 말씀을 하시게 되면 자식도 덩달아 냉정한 대답을 하게 되지는 않을는지요.

자주 찾아들어 올수 있도록 부모님의 품안이 얼마나 편안하고 따뜻한 곳인가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세요.
둥지 안에 들어섰다가 되돌아서는 자식들의 마음에 희망과 용기와 격려를 주세요.

내일이라도 당장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으로 되돌아가는 자식들의 마음을 무겁게 해 주시기 보다는 너희들이 있기 때문에 살아간다는 말씀 한마디가 더더욱 저희에게는 가슴 아프고 죄송스럽다는 걸 알아주세요.

적은 돈을 드릴 때 이것저것 내고 나면 하나도 남는 것이 없다는 말씀으로 허망한 마음이 들게 하기 보다는 요긴하게 잘 썼다 라는 말씀으로 저희들 손이 부끄럽게 느껴지도록 말씀해 주세요.

신랑한테 징징거리지 말라는 말씀보다는 네가 많이 힘들겠구나 그래도 참고 많이 다독여 주려무나 하시며 오히려 며느리를 다독여 주세요. 큰 배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셔서 서운했다는 말에 받아들이는 너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씀해 주시기보다는 서운하게 들렸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지만 그러한 뜻은 아니었단다하시며 다정히 말씀해 주셔서 오히려 말씀드린 당사자가 부끄러워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세요. 그 또한 큰 배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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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저희들은 철이 없나봅니다.
부모님께 심려를 끼쳐드리고자 작정한 일들은 아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니까요.
저 또한 가르침을 받아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의 글이 오히려 더더욱 불쾌해 지시지는 않으셨을까 걱정이 되어
너무나도 죄송스럽습니다.
아침 진지상도 제대로 차려 드리지 못하면서 이해해 주시기만을 바라는 저 또한 드릴 말씀은 없지만 앞으로 더 나은 자식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부모님의 넓으신 아량으로 자식들을 보다듬어 주시기를 간청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