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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부부싸움


BY 하소연 2000-11-11

안녕하세요.
아줌마 닷 컴, 참 좋은 사이트입니다.

제 얘기 좀 들어주실래요?
저희는 금슬 좋기로 소문난 부부인데 어쩐 일인지 평균 2년에
한번씩 길고도 지루한 부부싸움을 꼭 하게 된답니다.
싸움의 발단은 대체로 제가 제공하지만 진행과정에서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건 남편때문이지요...

저는 깔끔,단정하고 때로 앙큼스러운 모범생 주부.
남편은 무골호인, 무욕심, 무야심, 요리를 좋아하는 가정적인
사람이랍니다.
스스로 평화주의자라고 주장하는데 사이가 좋을때는 그러려니
하다가도 이렇게 냉전중일때는 기가 약해서 남에게 대항도
제대로 못하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드니 저도 참 간사하지요.

처음 결혼할 당시 직장동료들이 축하한다는 말을 흔쾌히 못했을만큼 외모가 쳐지는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더
애정표현을 하고 제가 남편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연출했더니
- 왜 아이들도 부모에게 사랑받는 아이가 남에게 더 대접받고
주인이 귀하게 여기는 강아지는 남들도 함부로 안하잖아요.-
이 인간이 갈수록 오만방자해지는 겁니다.
자기는 착한걸로 공인받은 사람이라 이런 트러블이 생기는
전적인 원인은 저라는 거지요.

남편이 착실하고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해도 때때로
상대에게 느껴지는 짜증, 불쾌감, 전업주부만이 느끼는 우울증
들을 다른 아줌마들은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싸움의 전말은 대체로 이렇답니다.
1. 아주 작은일로 우울해서 말수가 줄어든 어느날 저녁, 남편은
제 눈치를 슬쩍 보고는 '쟤 또 왜 저러나'하는 식으로 자기도
말문을 닫습니다.
2. 2-3일정도는 필요한 말만 하면서 긴장된 조용함이 흐르지요..
3. 남편이 점점 얄밉고 한심해지면서 아이와 같이 자기시작합니다.
4. 일주일이 넘기까지 남편은 내가 왜 기분이 다운되었는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한마디도 묻지않은채 퉁명스러워집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당하니 억울하다는 투로.
5. 참다못한 제가 일부러 시비를 걸어서 말문을 튼 후 싸우고
화해합니다.

문제는, 몇번 그러고 나니까 말을 안해도 불편하지않은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남편은 더 싫어진다는 거예요.
뚱해서 있는 꼴을 보면 저 인간 남자맞아?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니까요.

아줌마 여러분.
저한테 남편의 어떤점이 불만인지 정확히 얘기하고 서로 대화를
많이하라고 충고해주고 싶으시죠?
아니면 살짝 쪽지를 전하거나 먼저 애교를 떨어서 분위기를
바꿔보라고 얘기하실거죠?
그건 싫다니까요.
제가 괜히 우울할때 왜그러냐고 끝까지 물어주고 우리 마누라가
뭘해야 기분좋아할지 고민하는 남편은 영화에나 나오는 건가요.

나이 40에 성격이 변할리도 없고 저 그냥 이대로 살아야하나
봅니다.
보통때는 살만하거든요.
하소연 한번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