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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핸드폰 벨소리 그리고 나


BY 우울한여자 2000-11-11

답답한 가슴을 드러낼수가 없어 이렇듯 아줌마들의 이야기 속으로 뛰어들어 두서없는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결혼 6년차 된 아이둘을 가진 엄마예요.
애써 감춰두었던 남편에 대한 불안감 그것이 막 뛰쳐나오려 하는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설마 내 남편은 그러지 않으리라는 믿음의 끈을 놓치고 싶지않아서 스스로 자책을 하기도 하지만 결혼생활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더더욱 두 손에 꼬옥 부여잡은 끈의 가닥은 하나씩 하나씩 풀려가고 있는것 같아요.

어휴..
머리속의 말들은 빙빙도는데 손끝으로 전해지지않아 한숨만 나오네요.

말주변이 없어 논리정연하게는 쓸자신이 없으니 그냥 들어주세요.
음, 그러니까 어제였어요.
남편이 모처럼 집에서 쉬는 날이였는데 저녁 8시정도쯤 남편의 핸드폰이 울렸죠.
그때 남편은 소파에 앉아서 사정없이 졸고 있었고 여느때 같으면 상대방에게 졸리니 전화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어제는 사정이 다르더군요.
졸고 있었는데 잠이 깨었다고 상대방의 미안함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막 하더라구요.
상대방 여자는 한 3개월 같이 근무한 여직원인데 2개월전 그만둔걸로 알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어요.
이야기 하는 내용을 대충 들으니 그 여자; 나 머리잘랐다.- 남편;머리도 얼마없는데 또 잘랐냐? 아무개(그여자 헤어진 애인)와 마음으로만 헤어졌고만? 아무개가 오라면 당장 가겠어 - 그여자:뭐라고 뭐라고 쫑알쫑알.. 보고싶어요 - 남편;시간 많을때 한번 놀러와라. 사무실일이 너무 힘들다. - 그여자 ; 뭐라고 뭐라고 -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어요.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 통화를 했지만 난 옆에 앉아서 내 할일만을 묵묵히 하고 있었어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남편 역시 전화 통화에 대해 아무말도 없이 그저 TV만 보고 있더군요.

전 평소에 열등감에 많이 사로잡혀 살아요.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직면하게 되면 그 사랑이 열등감으로 바뀌게 되요.
외모적으로도 내세울게 없고 똑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똑 부러지게 잘하는것도 없고......
모르겠어요.
내가 왜이렇게 바보같이 살면서 바보같은 생각만으로 스스로를 수렁에 집어넣는지.
아마도 지금의 이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일까요?
부족한것도 넘치는것도 없는 생활이지만 경제 걱정없이 한잔의 커피를 여유롭게 마실수 있는 이 시간들이 너무도 행복하거든요.
그래서 일까요?
이 여유로움을 놓치고 싶지않은 욕심으로 생각이 너무 앞서가서 일까요?
난 말주변도 없어 남편에게 하루종일 종알거리지도 못해요. 그여자 처럼.
당당하게 내 자신을 내세울수 있는 자신감도 없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죠?
어떻게 살아야 건강하지 못한 이 정신적인 결함들을 없앨수 있을까요.
두려워요. 막연한 그놈의 불안감때문에 두렵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