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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BY 딸딸이엄마 2000-11-13

저는 3살과 1살된 두 딸 아이의 엄마입니다.
남편은 종손이고 남동생이 하나 있지요.
하지만 시댁에서 남편은 아주 특별한 아들이지요.
그래서 시댁에서는 저희가 꼭 아들을 낳아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 것을 알고 있던 저는 둘째아이를 임신하고는 엄청난 스트래스를 받았더랬습니다.
임신기간 동안 열번정도 아이 낳는 꿈을 꾸었지요.
그것도 꼭 성기를 확인하는데 여지없이 딸인 꿈을요.
역시나 둘째도 딸이었습니다.
아이를 낳은지 이틀째 되던 날 시댁에 전화를 했더니 어머님께서 제가 아이를 낳은 날 아버님이 안 드시는 술을 드시고 그 이후로 아무 말씀을 안 하신다고 하시더군요.
그 이후 뵙거나 전화를 드릴 때 마다 사소한 한 마디라도 하시지 않고 지나가신 적이 별로 없습니다.
하나 달고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또 여자아이 옷을 사려니까 사기가 싫더라, 아이를 셋 키우려면 힘들텐데 하는 식이었지요.
지난 추석에는 갈비를 먹고 있는 큰 아이를 보시면서 여자아이가 고기를 좋아하면 안된다. 그러면 딸을 낳는데.. 하셨습니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난 너희가 아들을 낳는 것을 꼭 보아야만 하겠다시며 대를 끊을 수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지금 아이를 낳은 지 다섯달이 되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어머님의 압력은 감당하지 못할 스트레스 였습니다. 그런 말을 들은 날은 물론 그후 며칠을 울고 지내지요.
그냥 흘려들으려고 해도 막상 듣고 나면 너무 속 상합니다. 그러니 안 그래도 힘든 육아가 더욱 더 짜증스럽습니다.
물론 어머님이 저를 괴롭히려고 하시는 말씀은 아닙니다. 어머님이 워낙 솔직하셔서 생각하시는 것을 다 말로 하시는 것이고 또한 혹시라도 제가 더 안 낳을 까봐 압력을 주시는 것이지요.
제가 아들을 낳기 위해 아이를 더 낳아야 하나요?
솔직히 월급장이 처지에 아이 셋에 드는 경제적인 부담과 육체적인 부담이 겁이 납니다. 또 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님을 위해 낳는 다는 생각에도 반감이 들고요. 또 낳는다고 해도 아들이란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중절을 하면서까지 아들을 낳아야 하나요?
이제 아이 낳은지 5개월인데도 이러니 앞으로 긴 세월을 버틸 자신이 없습니다.
올해가 제게는 유난히 힘이 드네요. 너무 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