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24

우리가 사는 지구에도 외계인이 살고있다


BY 촌아줌마 2000-11-20

나는 오래전 부터 먼 우주에서 온 외계인 남편과 살고 있습니다.
그는 세상물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편한데로 생각하며,행동하는 막가파 외계인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사람이지요.
결혼비용하나 모아두지도 안은 주제에 처가돈으로 모든 비용을 해결하게 되었으면 감사의 인사정도는 올려야 도리가 아닐까요?
시댁식구 어느 하나 사돈(친정부모님)께 인사하는 인간이 없더군요. 그제서야 친정에선 시집 잘못 보냈다고 속으로 걱정들을 많이 하셨지요. 그런들 어쩌겠어요. 이미 엎질러진 물인것을요..... 거기서 부터 시작이었겠죠. 나의 외계인 남편과 그 피붓이들과의 신경전이 말이지요.
삼십중반에 이십중반의 아내를 얻었으면 행운아 아닌가요.
얼마지나 첫애기를 가졌죠. 입덧이 심해 밥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랬더니 밥도 못하면 뭐하러 여기 있냐는 거예요.
꼴도 보기싫다며 친정으로 보따리를 싸 가지고 가라는군요.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순간 눈물이 핑돌더군요. 내가 조금만 모질고 당돌했더라면 그자리에서 한 바탕했겠지만 부모님의 가르침은 그게 아니었거든요. 여자는 무조건 참으며 살아야 하는 거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참았죠. 임신중에도 먹고 싶은게 있다고 사달라고 하면 돈이 비싸서 안된다고 하면서 매번 거절을 당했죠. 그러다가 예정일이 되어 친정으로 내려 갔죠. 출산당일 전화로 내려 오라고 해도 대답만 해 놓고는 감감 무소식이더군요. 첫 출산이라 남편 없이 혼자서 맞는 고통이 그렇게 크고 서러운 것일줄 정말 몰랐읍니다. 크게 바쁜일도 없으면서 이튿날 저녁10시 30분 경에야 얼굴을 내밀더군요.
미운정도 정이라고 야속했던 마음은 어디 가고 내 입술에는 어느샌가 그를 향해 웃음을 흘리고 있었읍니다.
그러고 한달 친정에서 몸조리가 끝나도록 그의 얼굴은 볼수가 없었지요. 드디어 상경날 날 데리러 왔더군요. 장모님 그동안 고생하셨읍니다. 한마디 인사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는 갈길을 재촉하더군요. 언제가 이렇게 물어 봤습니다.
당신 딸도 아빠처럼 꼭 닮은 남편감을 데려와 결혼 하겠다고 하면 허락 하겠느냐구요. 그건 좀 생각해볼 문제라고 하더군요. 정말 외계인 다운 대답이었읍니다,
낮과 밤이 뒤바뀐 갓난쟁이 키우기도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더군요. 다른 집에서는 남편과 교대로 밤을 지새운다고들 하던데,
우린 한밤에 아이 울음 소리 때문에 잠 못자겠다며 얼마나 심한 욕을 들어 먹었는지, 당신 애 아비 맞냐고 물어 보고 싶었지만 여자로 태어난 죄로 참아야만 했지요. 밤잠 까지 슬쳐 가며 새벽에 부엌으로 들어가 아침상 준비해야하는 마누라의 그 고초는 아마 상상도 못했겠죠. 모든것이 자기자신만을 위한 당연한 일들이니까요...
그러다 두차례의 이사. 그것도 순전히 저의 몫이죠. 방도배랑 장판도 혼자서 낑낑대며 다하고 이사 당일도 혼자서 과부년처럼 아이등에 엎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난리도 아니죠. 이사하는거 그게 뭐 그리 힘든 일이냐고 하더군요. 그럼 다음 이사땐 하루 휴가 내서 혼자서 한번 해보라고 했죠.
그러다 둘째가 또 태어났죠. 아들 귀한 집에서 득남을 한거지요. 그런데도 하나 기뻐하지도 않고 오히려 혼자만 아들 낳은것도 아닌데 너무 잘난체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둘째 출산때도 우리집 외계인은 하루가 지나서야 나타났읍니다. 이번이 마지막 출산인데 싶어 정말이지 그인간이 미워 죽겠더군요.
다른집 남편들은 수시로 들락거리며 마누라 시중에 여념이 없는데 정말 정말로 서럽더군요. 왜 나만 이렇게 남편복에다 시집복 까지 없는가 싶어서요....
자식키우다 보니 정말 내리사랑이 맞더군요. 큰애땐 몰랐는데
둘째땐 얼마나 아이가 귀엽고 예쁜지....
그래서 그런지 외계인은 나의관심이 작은 녀석에게로 쏠리니 은근히 질투를 느끼는거 같았읍니다. 그때(약2개월)부터 아기에게 폭력을 휘두르더군요. 2개월된 아기가 무엇을 알겠어요.
있는 힘껏 온몸을 두들겨 패고 그것도 모자라는지 이번에는 손으로 아기의 목을 짓누르더군요. 더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때 악몽이 다시 되살아 나는것 같아서요...
그이후로도 수 없이 많은 폭력의 그늘 속에서도 아이는 자라 벌써 세살이 되었답니다. 아빠 목소리만 들어도 아이는 경기를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품을 떠나면 안되는 마마 보이가 되고 말았지요. 그것조차도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의 결과로 아이를 혼자 설수 없는 마마보이로 만든것이라고 저에게만 다 뒤집어 씌우는거 있죠
결혼이후에 나의 생일은 깡그리채 먼먼 우주 한 귀퉁이로 날라가 버리고 지금은 아예 흔적조차 없지요
마누라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인간이 결혼전에 한동안 사귀었다던 한 여인의 생일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거 어떻게 이해하고 넘어 가야하는 건지. 신혼초에도 항상 그여자의 이름만을 불러대며 술주정을 하더군요. 술속에 파묻힌 환각속에선 제가 그녀로 보이는지 그녀의 이름으로 저를 대신 부르더군요.
시집에 험한 일만 생기면 모두가 저희들 몫으로 돌아오고.....
자기네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자기 혼자서 다 맡을려고 애쓰는 그야말로 자기네 집안내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귀여운 막내가 바로 이 사람이지요.
그러면서도 친정일이라면 아예 신경질부터 먼저 부리니 무슨 말인들 제대로 건넬수가 있겠읍니까.
맏사위가 제 역활을 한번도 제대로 못하는터라 손아래 사람들 보기가 민망하지요. 명절때 찾아뵙기는 커녕 전화한통이 없으니
외계인이 아닌담에야 어떻게 인간이라고 하겠읍니까?
날 더러 자기 한테 시집온걸 아주 다행으로 알라고 하더군요.
이땅위에 단한사람 외계인이 바로 당신이니 아무나 외계인과 감히 결혼 할수 있을라구요. 그럼요 결혼 아주 잘했죠. 당신같은 외계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