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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웃도 있어요.


BY 뚝배기 2000-11-23

저는 다세대주택에 살아요.도심에서 벗어나 조금 한적한 곳이라 공기도 좋고 조용하지요.어린 애기가 딸려있어서 거의 하루종일 집에서 지내요.가끔 아줌마닷컴에 들어오는데 이웃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이 참 많네요.그래서 제 경험도 올려볼까 합니다.요즘 전단지 참 많이 붙어있죠.아침에 나가보면 현관에 왠 전단지가 그리도 많은지... 저야 제가 그때마다 떼어내면 되지만 맞벌이하는 집은 며칠씩 쌓여서 정말 전단지로 현관이 도배가 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상한건요, 아무도 남의 현관에 붙은건 떼어주지않아요.바닥에 떨어져있어도 그렇고, 우편물이 보통 묶음으로 한번에 배달되는데 자기집것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절대 분리해서 각 가정의 우편함에 넣지도 않아요.아무데나 휙 던져놓는거죠.
택배가 와도 절대 대신 받아주는 법이 없고 제가 애기를 업고 계단물청소를 하는 날이면 통행에 불편주고 애기 잠자는데 시끄럽다고 오히려 짜증을 내고 아예 문도 안열어봐요.청소 다끝나면 그제서야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집현관만 달랑 쓸더군요.눈이 아무리 와도 누구하나 나와서 빗자루질 하는법이 없고 구정물이 질질 흐르는 음식쓰레기를 철퍼덕 갖다버려서 고양이가 밤새 헤집어서 난장판이 되도 절대 치우지도 않아요.아랫층 사는 새댁한테 하기스에서 보너스점수사은품으로 받아두고서 쓰지않은 플라스틱의자 탁자?V과 동화책등을 깨끗이 닦아서 주었는데 '고마워요'한마디하고 그대로 문을 쾅 닫아버리데요.참, 어찌나 싱겁던지.애기가 아장아장 걸어서 문열어진 집을 들여다보면 저같으면 귀여워서라도 '아가야, 사탕줄까'하며 안아라도 줄텐데 애기를 밀치고 문을 쾅 닫아버려요.무슨 불만을 품고사는건지,원. 저녁 9시가 넘어서도 피아노 쿵쾅쿵쾅거리고 애들은 인라인스케이트신고 계단이 무너질 정도로 요란하게 오르내리고 소란스럽게 꽤꽤거리고, 짜장면 시켜먹고 난 그릇을 아무렇게나 포개어서 통로에 그대로 국물흘리게 놓아두고...
모두 세를 들어사는터라 자기집이라는 생각이 적게 들겠지만 어느땐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이집에 처음 이사올때도 저는 이사오기 며칠전부터 이집으로 출근해서 청소하느라 죽는줄 알았어요.싱크대안팎의 그 참혹한 불결함과 아예 투명함을 상실한지오래인 유리창, 검게 부식된 욕실의 실리콘들이 저를 질리게 했지요.저도 원래 깔끔떠는 사람은 아니지만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데요.어차피 자기집을 장만하기전까지는 몇년이 될지모르는 전세기간동안 그렇게 나몰라라 삶의 공간을 무성의하게 방치하다니요.
친정 부모님도 다세대 건물을 지어서 세를 주고 계시는데 한집이 이사나가고 나면 정말 굉장히도 집을 험하게 썼다네요.도배며 장판은 새로 해야한다지만 불과 일년만 살아도 베란다 청소 한번안하고 사는 사람들도 허다하고 배수구는 막히기 십상이고
계단청소도 집주인이 맘먹고 대대적으로 하는데 그때도 현관문도 안열어본다는군요.
정말 삭막하고 무섭기까지하죠.저는 이웃의 친구들같은거 포기한지 오래되었어요.비록 우리집은 없지만 마음은 넉넉하게 가지고 살순 없는지요.서로 돕고 누구라 할것 없이 나서서 가꾸고 치우고 그랬으면 좋겠어요.워낙 요즘 사람들이 개인사생활을 중요시하니 서로 피해줄만큼 참견하며 살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가끔 눈인사라도 나눌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제 바램이 실현불가능한 일일가요. 하두 답답해서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