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26

슬픈 하루


BY 내가 사는 이유 2000-11-24

전 둘째 딸을 낳았어요.첫 애도 딸이죠.전 우리 큰애 낳고 한번도 후회해본적 없어요. 남편이랑 결혼한 건 후회해 봤지만 우리 아인 제 메마른 생활에 너무 큰 위로였거든요.우리 아인 그야말로 천사거든여. 첫애 낳고 눈물은 나더군요. 우리 애도 이런 고통속에 아일 낳겠구나..싶어서
하지만 둘째도 딸을 낳았을땐 눈물은 안 흘렸어요. 속으로 좀 서운한 건 있었지만...하지만 지금은 좀 걱정이에요.우리 딸들이 커서 결혼하고 애 낳고 살때도 이렇게 답답하고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게 될까봐서 말이에요.
요즘 우리 아인 10주 정도 되었는데, 애가 둘 되고보니 몸도 힘들고 마음도 울적하네요. 남편은 하루에 한시간이나 볼까 말까하고...그나마도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는 사람도 아니고..
개인 사업이라 토요일 일요일도 없어요.더구나 귀가 시간은 늘 12시 지나서고 밤 새우고 오는 일도 다반사죠.
아침엔 눈뜨기 바쁘게 나가는 사람..내가 아침밥상을 차리고 있어도 자긴 안먹는다고 하는 사람..
결혼 전엔 말이 없어도 눈만 봐도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이낳고 8주 정도 지나 이살 했어요.
아무리 포장이사래도 정리하는 것은 여자 몫이죠.
내가 힘들어 죽겠다고 해도 남편은 남들 다 하는 일인데 왜 너만 죽는 소리냐며 힘들다는 소리도 지겹대요.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인데...그렇게만 해준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봄눈 녹듯 내맘이 녹을 것 같은데..
전 요즘 죽고 하루에도 열두번씩 죽고 싶었답니다.
우리 이쁜 딸들만 아니라면 말이에여.나의 천사같은 아일 두고 내가 어떻게 독한 맘을 먹겠어요.
오늘 아이 100일을 앞당겨서 했어요.
시댁식구들이 이사하고 첨 오시는 날이라 집들이도 겸했지요.
백일도 안된 아일 업고 시장보고, 청소하고 , 음식장만 하는라 전 요며칠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근데 저보고 집에서 하는 일이 뭐있다고 그러녜요.
몸조리는 물건너간지 오래구요.
울 친정아버지는 말은 없으셔도 엄청 자상하세요.
우리 엄마 챙겨주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어디든 늘 같이 다니시고 따로 행동하는 법이 없는 분이세여.반면 제 남편은 내가 어딜 가도 상관을 안해요. 물론 애는 내가 달고 다니구요.
일이 없으면 전화도 절대 안하는 사람이죠.전 결혼기념일에도 선물 한 번 못 받아봤어요. 저보고 사래요.
우리 첫애 낳았을때 꽃한송이 안사주더군요.그래서 이번엔 미리 못박아뒀더니, 서울에서 지방(친정)으로 내려오면서 친정엄마에게 꽃 좀 준비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제가요 남편보구 이번 백일날은 전날 꼭 좀 일찍와서 도와달라고 그랬더니 알았다고 해놓구선 밤12시에 전화하더군요. 늦는다고..그러더니 결국 안 들어오고 시댁식구들이랑 같이 들어서더군요..전요 기도 안 차더라구요.
왜 내가 이런 사람 이랑 평생을 살아야 하는지...전 남들이 금슬 좋게 아이 손잡고 놀러다니는 거 보면 내가 넘 초라해져요.
내가 어디가 모자라서 남편복도 지지리 없는건지..
사실 결혼할 때 친정에서 반대하셨댔는데, 요즘은 왜 그 때 더 뜯어말리지 않았나 원망스러운 거 있죠.
여자는 남편보고 산다는데, 아직도 젊은 내가 자식보고 살아야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