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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땜에 속상해...


BY 궁노루 2000-11-24

엊그제 아침에 잠깐 들러고 오늘 와 보니 확 바뀌었네여...
분위기가 바뀌니 속상한 맘도 잠깐동안 즐겁네여.
울남편은 직장 생활 십이년이 무지 오래 한 걸로 생각합니다.
십년이 넘으면서부터 한달 걸러 두달씩 슬럼프에 빠집니다.
직장을 그만둔다구요.
조금 있던 돈 마누라가 그렇게 말려도 주식에 다 꼴아박고 처재 결혼자금까지 빌리고 나 몰래 은행에 대출내어 다 꼴아박아도 저는 참았습니다. 사람이 중요하고 건강하면 돈이야 언젠가 다시 벌지...괜히 잘못하면 가정의 사랑마저 돈 땜에 달아날까 조심했습니다.
근데 시댁 형제들 저의 남편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걸핏하면 사고친다고....그렇다고 저희들 시댁에 손 벌릴 형편도 안 되지만 형제들에게 아쉬운 소리 한 번 한적 없고 저희 할 도리 다 하며 살았습니다.
자기 형제들까지 이방인 쳐다 보듯 하니 남편도 제게 미안해 합니다.
남편은 저랑 동갑인데 왜 제게 모든걸 기대려고 하는지.
글쎄 회사 관두고 저랑 뭘 하고 싶대요.
그렇다고 저가 전문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혼하기 전까지 직장에 다녔지만 결혼후 십년이 넘게 놀았는데 어떻게 취직을 한답니까.
'그래 당신이 정 그러면 어디 직장이라도 알아 볼까?'
그러면 이 잘난 신랑은 직장 생활해서 언제 돈 버냐며 장사를 해야 한답니다.
'당신이 장사하면 무지 잘 할꺼야'그러면서요.
그래서 내가 장사하면 당신은 뭐 할껀데 그러니까 자기는 그냥 옆에서 나를 도와 주겠다나요.
어이가 없어하는 내게 자기도 좀 쉬고 싶대요.
실제로 회사에 벌써 사표를 두번이나 내고 난리를 쳤는데 그때마다 저는 앞이 캄캄했습니다. 주식 땜에 이리저리 벌려 놓은 빚은 어쩌구 사표 내고 몇년 쉬면 우리가족 생활은 어떻게 합니까.
근데 더 웃기는 것은 저희 시엄니께선 '그애가 사표만 내 봐라. 그건 다 네 탓이다.'며 제게 뭐라고 그러십니다.
물론 본심이야 아니시겠죠. 근데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그럴때마다 속이 상합니다.
시댁이나 친정 식구들 모두 공무원입니다. 친정이야 그렇지만 시댁형제들 모이기만 하면 막내인 제 남편이 젤 낫다고 합니다. 공무원 월급이 얼마 되냐고 하면서 죽는 소리를 하며....
공무원도 공무원 나름이죠.. 기사 딸린 차에 판공비에 ....형제들 모이면 골프 얘기. 양주얘기...
우리랑 수준이 틀리죠.
저는 가끔 시엄니께 그러죠.
왜 막내 아들만 별 볼일 없게 직장 생활 하게 만들었냐구요.
오늘 아침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가기 싫은 표정과 한숨을 쉬며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출근하는 남편을 보니 정말 저도 제 자신이 싫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