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애 돌잔치라 큰맘먹고 뷔페게서 했다.
제법 그럴듯 하데요. 잔치가 시작되면서 저희 시댁의 진가가 들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동네분들이 내미는 봉투를 졸졸 따라다니며(그 강력한 오버와 호들갑을 내세우며) 못내게 하시는 시어머니,명색이 잔치라고 쫙 빼입고온 친정식구들과는 대조적으로 있는 옷중에서 제일 후진것을 골라서 입은듯한 후줄그레한 우리 동서네와 시누이네.오기전에 애들 세수라도 시킬것이지 머리는 완전 수세미였다. 먹을 것을 보자 거의 아귀다툼을 벌이는 아이들의 극성이야 이해한다지만 왕소금 동서와 시누이가 왠일로 내미는 봉투는 귀퉁이가 다 닳은 무슨 누런 봉투다.나중에 음식대 치루려고 열었더니 그럼 그렇지 딱 자기네 식구 식비만큼만 담았더군.그나마 그 사람들의 평소 행실로 볼땐 큰 인심 쓴거다.어디가서 식구들 외식할땐 늘 계산할때 먼산보는 버릇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시누이 남편, 그러니까 아이의 고모부는 그나마 전날 집에서 술많이 먹어서 피곤하다고 집에서 자느라 참석 안함.직장상사의 사돈이 죽었대도 지방까지 가는 양반이 조카 돌잔치엔 안오다니.고모부란 사람이 한 동네에 살면서도 우리애기를 보면 '얘 누구냐?'고 물을정도다.
뷔페에서 제공한 돌상 괴어놓은 것에 놓인 과일이 탐이 나는지 딛고 올라가 난장판을 벌이는가하면 지들끼리 접시를 앞에 놓고 머리카락움켜잡고 싸우는 시댁 아이들을 보고 친정오빠는 '평소에 이런데 안오니?'란다.창피해서 죽는줄 알았다.동서는 자기에 첫아들도 이런데서 돌잔치 안해봤다고 나한테 오히려 심통부리며 우리 친정 엄마한테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누가 돈줘서 하라고 부추긴것도 아니고
남편이 직장도 잘 다니고 일이 잘풀려서 첫애돌잔치는 기념으로 잘해보자고 돈모아서 한건데 꼭 이런자리에서까지 심통을 부려야할까.
아무튼 잔치는 잘 치뤘지만 친정식구들한테 시댁의 모습을 고스란히 들켜서 씁슬했다.양쪽 집의 가풍이 너무 틀려서(친정은 남매간에 친구처럼 잘 지내고 챙겨줌,시댁은 다들 못사는것도 아닌데 신기할 정도로 서로에게 인색하고 모이면 누가 땅을 제일 많이 받을지에 대해 얘기함)결혼초부터 무척 힘들었는데 결국 그 실상을 보고 친정부모님은 착잡한지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휴~ 왜 우리 시댁은 이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