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거울을 봤습니다.
나 아닌 엄마의 얼굴이 들어있더군요.
예전에 내가 기억하던 엄마의 얼굴...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약간의 기미 그리고 헝클어진 머리...
이러구 싶지 않았는데...
여자는 왜 애기가 생기면 이렇게 될까?
아침에 허둥지둥 일어나 남편과 아이 밥챙기고 도시락싸고 아이옷 챙겨입히고 서두르고나니 정신만 없더군요.
그들이 가고난 뒤 집안을 치우려는데 정신없이 어지러진 방과 거실 부엌 정말 나의 모습과 같더군요.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드네요.
나도 한때는 잘 나가는 인물이었는데...
학교에서는 날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봐줄만했는데...
속상합니다.
왜 이렇게 막 헝클어졌는지...
큰애 낳고는 몸무게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얼굴도 탱탱했는데 둘째때는 잘 안돼네요.
남편은 너도 꾸미고 화장도하고 비싼옷도 사입으라고 하지만 어디그게 쉬운일인가요.
화장품을 들면 큰아이 장남감이 먼저 들어오고 신발을 들면 남편 구두가 들어오고 옷을 들면 둘째아이 옷이 눈에 들어오니...
정말 신경질 납니다.
안그래야지 해도 막상 쇼핑을 가면 내꺼는 그저 다음에사지 하고는 아이것 남편것만 사가지고 옵니다.
어제는 쇼핑몰에 갔었습니다.
거기서 아는 엄마를 만났죠.
그 엄마 정말 가관이더군요. 두꺼운 안경 츄리닝바지 남편 잠바...
여기는 캐나다라 그렇게 입고 다니는 사람이 가끔씩 있습니다, 대부분 차이나들이죠.
나도 그 엄마처럼 보였을까요?
정말 속상합니다.
남편은 늘 그럽니다. 우리는 차이나들처럼 보이지 말자.
정말 내가 봐도 애들과 남편은 말쑥 그자체 입니다.
가까운 슈퍼를 가도 옷을 모두 차려입고 나가니...
어렸을때 기억이 나는군요.
내가 엄마에게 엄마 엄마도 다른 엄마들 처럼 화장도 하고 예쁜옷도 사입고 그래...
엄마는 빙그레 웃으시기만 하셨죠.
얼마전 우리딸이 나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더군요.
정말 슬퍼집니다.
나는 엄마처럼 살고싶지않았는데...
결국 엄마와 똑같이 돼었네요.
그래도 남편은 이해해 줍니다,
애들키워놓고 너 하고싶은거 하라고...
아마 그때도 전 똑같을 겁니다. 애들 교육비 먼저 생각하느라 제건 글쎄요...
그래도 웃습니다.
둘째아이가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예쁜여자로 알고있으니...
머리나 좀 감고 청소를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