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정아빠는 이름난 퇴직언론인이시다.
밖에선 이름대면 나이드신 분들은 다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이다.
청렴하고 강직하고 젊어서 기자 시절에 뇌물 안받기로 유명했다.
대신 우린 추운 겨울날 엄마의 낡은 코느를 입고 다녔고
보온도시락은 언감생심 꿈도 못꿨다.
내가 결혼할 때까지 집도 없었다가 간신히 주공아파트 13평짜리
마련하고 들어가셨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참을만 하다.
뭐 그런대로 청렴한 아빠를 둔 긍지같은 것도 있었고
아빠의 생활도 그런대로 괜찮았으니깐...
근데 문제가 생겼다. 나이 65세를 넘기신 최근 몇년전부터
티비나 신문을 보면서 무지 욕을 한다는거다.
혼자 계실 땐 안하다가 엄마나 우리가 있으면
우리 들으라는 건지 '에라이! 니기미!.. '등등의 욕설을 티비에다
퍼부어대신다. 신문에 싫어하는 인물이 나오면 그 부분만
도려내고.. 결혼하고 남편이랑 자주 찾아가던 친정도
인제는 정말 창피해서 못가겠다.
매일 옆에서 참고 들어야하는 엄마도 안됐다.
덕분에 각방 쓴다.
참고 들어주던 남편도 언젠가는 '정말 장인어른 욕하는 거 못들어주겠다. 도대체 왜그러시냐.. 나보고 욕하는 것보다 더 기분 더럽다...'
고 짜증을 낸다.
하긴 옆에서 듣는 딸도 기분 죽이는데 사위야 오죽 할라고.
내가 먼저 친정가자는 말도 못꺼내겠다.
오물 뒤집어쓴 듯한 욕지거리를 들으려 누가 가겠는가?
차로 10분거리의 지척이지만 안가본지 3달쯤 됐다.
가자고 하기도 미안하고 가고싶지도 않다.
울 아빠 혹시 치매는 아닐까?
정말 아빠만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딸이 사위와 더불어 찾아가 단란하게 놀다올수 있는 친정이었으면 좋겠다. 너무 큰 바램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