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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술먹고 들어오다


BY 사랑하자 2000-12-14

신랑 어제 선배 만난다고 했다
나 없는 돈에 신랑 한테 2만원 줬다
신랑 돈없으면 기 죽으니깐
남들은 단돈 2만원 가지고 생색 낸다 하겠지
하지만 나한테는 20만원 보다 큰돈이다

보일러 기름 넣고 곰국 재료 사느라 생활비 빠듯
우리 신랑
12시 되서 전화왔다
추우니깐 데릴러 오라고

안나갔다
왜 내몸이 더 아파서 진짜는 잠이 많이 와서 몸도 조금 아프고
신랑 1시간이 넘어도 오지 않았다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나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술먹으면 항시 내가 대리운전 했는데
지금이라도 나갈볼까 하고 옷을 입으려는데 신랑이 들어왔다
얼른 침대에 몸을 숨기고 자는척
나 니한테 서운하다 추운데 10정거장 되는 거리를 걸어왔다나
속으로 욕했다
그럼 얼른 마시고 빨리 오지 밤 1시가 뭐야
몸이 얼음장 같다
미워서 몸을 부딪쳐 오는데도 발로 걷어냈다
우리 애기잡고 코를 드르렁 골면서 잔다
애구구 내팔자야
아침에 샤워한다고 욕실에 들어간다
곰국을 준비하고 먹으라고 했더니 그냥 물이라도 한잔 달란다
잔소리 할려고 말할려다 저녁에 한마디 해야지 싶어 입 다문다
출근하는 남편 잡고 잔소리 하면 하루종일 기분 잡칠까봐
부글부글 끓어도 참았다
신랑한테 전화왔다
선배가 구조조정해서 잘렸다나
그래서 니가 준돈 안쓸려다가 결국에는 자기가 술값냈다고
버스값이 없어서 걸어왔다나
잘했다 했다
다음에 돈 많이 벌면 우리 신랑
지금 2만원 정도 우습게 알겠지
그러나 돈 많이 벌면 좋겠다
버스값 없어서 안걸어와도 되고 택시 타고 오게
아침에 신랑한테 나 피같은돈 만원 지갑에 넣어줬다
언제쯤 우리 신랑한테 지갑 가득 돈이 들어있을지
그날을 기다려 본다
오늘 저녁에 가면 잘해줘야지
에구 그래도 어제 저녁에는 미워서 내 감정 조절 못하겠더니만
지금은 울 신랑 불쌍타
그래도 젊어서 고생하는거라 조금은 낫다
에구구 미워도 내신랑인데
나밖에 누가 있을라

ps 우리 신랑 우스개로 그럽디다
요새는 노래방 가면 아줌마들이 술따라 준다네요
저번에 한번 다른 선배가 데리고 갔더니 술을 따라 준다네요
돈 벌면 자기도 한번 그래 볼란다 하면서 내 눈치 보네요
그럼 지금 이상태가 나을라나
돈 벌어서 바람피면 나만 손해 아닌가
에구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하느님 돈은 많이 벌되 바람 안피우고 지금처럼 우리 살게 해주셔요
술 조금만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