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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 48분간의 술래잡기


BY 사고뭉치 2000-12-18

일요일 오후 3시.
우리 남편 회사에서 일하는 독일 아저씨가
주최하는 파티에 부부동반 초대를 받았다.
나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남편만 보냈다.
잠시후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형수님 왜 안오세요?
지금이라도 괜찮으니 빨리오세요.
하더니 갑자기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
?X라?X라 꼬부랑꼬부랑~~~~
음메 이게 뭔소리랑가?
수화기 들고 덜덜 떠는데반가운 우리 남편 목소리.
독일 친구 부인 마가렛이
나를 보고 싶어한대나 뭐래나.
아무튼 잘 놀고 오라며 끊었다.



밤 11시 15분에 슬그머니 전화를 했다.
지금 집으로 오고 있단다.
10분후면 도착하리라 생각하고 바로
밖에 나가 기다렸다.
술이 취해 아파트 계단에서 떠들면
이웃에 피해가 갈까봐 미리 나가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전화했다.
아니 왜 문을 안열어 주느냐며 고래고래
악을 쓴다.
무슨 소리? 나지금 현관입구에서 기다리는데.
어디냐고 물으니 우리 집앞인데
왜 문 안여느냐고 욕찌거리다.
큰일났다.
뉘집앞에서 이리도 크게 떠든단 말인가?
단지내 20동을 바람을 가르며 뛰어 다녔다.
없다.
우리동은 20동의 맨 가운데.
저쪽 끝동쪽에서 취객의 노랬소리가 들린다.
다시 신발에서 고무탄내가 나도록 뛰었다.
그 소리마저 끊겨 되돌아왔다.
이 야심한 시각에 분명히 단지안에 있을터인데
놔두면 내일아침 꽁꽁 언....
끔찍하다.
경비실로 뛰었다.
20개 경비실에 연락을 취했다.
혹 술 취한 아저씨가 쓰러져 있으면 10동으로
알리라고.
경비 반장 연락이 왔다.
1동에 가서 문열라고 문 걷어찬 주정뱅이가 있어
경찰에 신고하고 백차가 실어갔단다.
아뿔사! 어쩌면 좋단 말인가?
작년에도 내가 그집에서 찾아 왔는데.
죄없는 반장에게 퍼붓고 잠이나 자려고
들어왔다.
금새 따르릉~~~
나 여기 경비실이야
다시 뛰었다.
없다.
또전화.
12동 경비실이란다.
또 뛰었다.
주정뱅이 그쪽 경비 붙잡고 내 차 왜 없냐며 시비다.
우리차 우리 동앞에 있지.
여기가 우리동 아녀?
애구구
이 화상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싹 훑었더군요.
1601호 집 찾는다고.
우리동만 빼고 1601호는 죄 다 돌아 다녔대요.
그래도 경찰서는 안갔더군요.
이번에도 그집 갔으면 내버려 둘려고 했는데.
다행인지.
늦은 아침 해장국 먹이고
눈 쇼핑하고 돌아왔더니 싹싹 비네요.
이 화상을 한번 더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