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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한 며느리 되려면 도인이 되어야...


BY 디아 2000-12-18

시모께 안부 전화 드린다.
화기애애한 대화가 진행된다.
엄마한테 안부리는 애교까지 부려가면서 기분 맞춰드린다.
but,
시모가 대뜸 한마디 하신다.
벌써 몇달전에 시모땜에 무지 열받았는데 그냥 조용히 삭히고 넘어갔던 그일과 관계가 있다.
마치 내 생각 해주는듯이 얘기하시지만 잘 들어보면 내용은
'니 편히 사는꼴보기 싫다' 는 거다.
아이큐 두자리도 아니고 무슨 뜻으로 하는 얘긴지 다 아는데
꼭 유치원생 다루듯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그런 얘기 할때면
미칠것 같다.
차라리 솔직하게 얘기하면 그게 낫겠다.
물론 그래도 화나긴 하겠지만 매사 이런식으로 갖다 붙이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시모 아들과 손주에게 못하는거 아닌 담에는 그런것까지 간섭하지 않아야 하는거 아닌가.
힘들면 도와는 못줘도 깻박은 치지 말아야 하는거 아닌가.
며느리는 봉이라서 무조건 힘들게 살아야 하고 자기 딸은 금쪽인가.
짜증났지만 그저 네,네 알겠습니다. 했다.
할말 없어서 그런거 절대 아니쥐...
싸우면 뭐 하겠나, 내가 내머리에 똥물 붓는격이지 싶어서였다.
어차피 난 나대로 내 방식대로 살거니까 그냥 넘어가자 그랬다.
근데도 모자라서 계속 떠든다.
나 역시 계속 네,네 그랬다.
듣기 싫어도 들으란다.
계속 네,네 알겠습니다 그랬다.
그러다 뚝 끊어졌다. 어휴~~~
나도 많이 변했나보다.
전 같으면 열받아서 혼자 펄펄 뛰었을텐데 열받긴 했지만 그냥
친구한테 전화해서 하소연하고 말았다.
시모 정이 가다하도 이럴때면 정이 뚜욱뚝 떨어진다.
좋은 맘으로 전화했다가도 내 손을 내려치고 싶어진다.
울 엄마만 아니면 정말 어디 외국으로 가서 살고 싶다.
아무도 안보고...
이렇게 10년쯤 살다보면 이땅의 며느리들은 다 도인이 되어가는가보다.
월요일부터 화가 난다.
어른대접은 나이들었다고 받는거 아니다.
어른답게 굴어야 대접도 받는거다.
시모 어른답게 구실때는 맘속으로 존경한다.
이런식으로 유치하게 괴롭힐때는 맘속으로 경멸한다.
사랑하는 남편 어머니니까 무조건 이해하라고?
난 못하겠다.
죄없는 남편까지 미워진다.
시모 나한테 그리 얘기해놓고 기분 좋을거다.
그저 무조건 알았다고 했으니까.
사람이 진실하게 사는게 다가 아니라는거 결혼하고 뼈저리게 느낀다.
곰처럼 살지 말고 여우처럼 살아야 하는게 시집살이 였다.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던지 결국 내 식대로만 하면 되는거였다.
그러나 이번 일로 한번 더 심각하게 날 들볶으면 그땐 안참고 할말
할거다.
살아가다보니 사람이 점점더 독해지는것 같다.
세파에 찌들린다는게 이런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