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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닐 사랑할거야.


BY anomy 2000-12-18

나의 시어머니는 몸이 편찮으세요.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한달여동안 입원해서 치료를 받으신 어머니는 퇴원후 처음에는 한달마다 정기진찰을 받으시다가 요새는 두달마다 울산서 서울로 올라오세요.

시댁 식구들은 어머니의 병을 잘 못 알아주는 편이예요.
시누이는 "우리 엄마 병은 마음의 병이야"라고 하구요,
시아버님은 "애기를(친정 엄마가 키우고 있는 내 애기) 데려와서 키우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시거든요.

어머니는 젊어서부터 남편한테 각별한 사랑을 받지 못하셨어요.
좀 무덤덤한 관계였나봐요. 그렇다구 아버님이 바람을 피운 적은 없는데요, 저는 그래도 어머니가 불쌍하게 생각되더라구요.

어머니한테는 딸 1, 아들2 이 있어요.
다 시집,장가 가서 자기들 살기가 바빠요.
저희 집은 넉넉지 못해서(남편이 공부중이거든요) 용돈을 못 챙겨 드리고 있어요.
형님네도 마찬가지구요. 누나도 역시..

어머님은 "내가 입을것, 먹을것 아끼면서 자식들 키워 놨는데 어느 놈이 지 부모한테 용돈 주는 놈도 없고...니는 자식 많이 낳을거 없다. 그 대신 노후 대비를 탄탄하게 해놓는기 낫다."

어머님이 그런 말씀하지 않더라도 저는 그럴거예요.
저는 딸 1 있거든요. 자식이 둘이면 돈이 훨씬 많이 들잖아요.
그래서 자식은 딸 하나로 끝낼거예요.
그 대신 이 담에 돈 많이 벌면 친정엄마, 시엄마 용돈 많이 드리면서 살고 싶어요.
그리고 불쌍한 시부모님한테 잘 해 드리고 싶어요.

어제 시댁에서는 김장을 했어요.
저희 집에도 보내 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저희는 조금씩 사 먹어도 될 정도로 김치 소비를 안하거든요. 왜냐면 남편은 고시원에서 살고 있고 저도 끼니를 대부분 직장에서 해결하는 편이거든요.
저희한테 주신다는 김치를 친정엄마한테 드리면 좋을것 같더라구요.
남편한테 그랬어요.
"애 때문에 엄마가 김장 담을 형편이 못돼거든. 시어머니가 김장을 하셨다는데 우리 엄마한테 좀 갖다 주셨으면...그런 부탁을 하고 싶었는데 차마 입이 안떨어지더라구."
그랬더니 제 신랑이 뭐 어렵게 생각할거 있냐며 시댁에 전화를 걸더라구요.
오늘 시누 남편분이 저희 친정에 김장김치를 배달해줬어요.

애기 낳을때 시어머니께 섭섭했던거 있었는데, 이제 그만 풀어버리는게 낫겠네요.
평생 화목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