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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먹여살릴 생각을 하니.


BY 공주 2000-12-19

지난 주말.
남편과 둘이 앉아서 비디오보면서 소주빨다가 우연히 말이 나왔다. 남편의 직장생활. 워낙 무던한 성격이라 한번도 불평이란것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인데........ 순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더니....... 생전 불평이라고는 없는 사람이 한번 말이 나오니까, 그야말로 우르르 그 동안 쌓인 직장에 대한 분노가 쏟아지는것이다.

처음에는 불쌍하고 위로를 해줄 생각으로 들었는데, 듣다보니 나도 열을 받아버렸다. 특히, 몇번이나 밤 새워 한 일들을 직속상사가 휴지조각 취급하는것...... 직속상사라는 들떨어진 인간의 학연에 따르는 차별....... 등등등. 말도 못한다. 나는 남편이 그런 일을 격으면서 살고있는걸 몰랐다.
더러운 일은 나만 격고 사는줄 알았는데.

오늘 아침.
생전 그런말을 해본적이 없는 사람인데. 직장에 가기 싫단다. 나랑 하루종일 놀고 싶단다. 그러면서, 나에게 --너, 오늘 일 안가고 나랑 놀면 안돼?-- 한다. 장난으로 아침에 나 직장못가게 징징거리면 잡은적은 있어도, 진짜로 그런건 첨이다.

남편이 지금 직장을 때려치우게 해야겠다.
남편이 새직장을 찾는동안, 내 벌이로 우리 둘이 먹고살수는 있다.
문제는 시부모다. 시부모의 생활비, 시아버지가 들어먹은 빚.
내 벌이로 그것까지는 안된다.
아이구.
기가 막혀.

돈에서 자유로와 질수 없을까.
난 많은것을 바라는것도 아닌데.
그냥....... 돈에대해 별 생각없이 사는 정도면 족한데........

내 엄청나게 귀하고 소중한 인생이
그 하잘것없는 치사한 돈에게 메여있다고 생각하니
무지 억울해진다.

산다는것이 이것이 아닌것 같은데.......
이게 아닌데........

나두 밤새워 누구처럼 인형눙깔이나 박아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