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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같이 벌어야 한다는 남편


BY 들국화 2000-12-19

저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3살된 딸아이가 하나있고, 시부모님이 봐주고 계시지요. 저희들의 집은 시댁에서 불과 1,2분정도 걸리고요.
결혼해서 지금까지 4년을 한직장에서 다니고 있습니다. 결혼당시 전 스스로 한 1-2년 같이 벌고 아이가 생기면 신랑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아이를 살콩달콩 보살피며 알뜰하게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사정은 여의치 않아 한 3년쯤 같이 벌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집에서 아이 돌보며 살림하고 싶었지만 신랑은 웬만큼 우리 자리가 잡힐때까지는 같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일하면서 수원에 결국은 아파트를 분양받아놨습니다. 신랑의 회사에서 공사하는 아파트였기때문에 중도금도 날짜에 맞춰 꼬박꼬박 내지 안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기때문에 좋은 기회다 싶어 얼른 한채를 우리가 산거였죠. 그 아파트가 원래는 2002년 2월에 입주하는 것 이었지만 공사기간이 빨라져 내년 2001년 11월이면 들어갈 수 있겠다는 좋은 소식도 들렸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잘샀다고 그러고(왜냐하면 교통도 좋고 주위에 대기업 큰 아파트 단지가 많았기때문데 값도 분양가보다 올라갈 여지가 많아고 해서)해서 저희들은 내년 11월만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몇번인가 현장에 다녀오더니 갑자기 그 아파트를 팔아버리는게 낫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유는 방이 너무 좁다는군요. 원래 26평인데 베란다 넓히고 하면 32평형으로 나온 아파트여서 다른 25평보다도 클것으로 생각했는데 직접 가보니 방이 너무나 다 작다는 것입니다.
전 내년 초에 둘째를 갖고 아파트에 들어가서 내후년쯤 아기를 나아야겠다고 계획하고 그러면 당연히 직장은 그만 두어야 하니까 내년까지만 직장에 다니자고 마음먹고 있었고 저의 남편도 그러자고 하고 있던 참이었읍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아파트를 팔아버리면 지금까지 우리가 계획했던것이 다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인데 거기다가 이제와선 거기가 너무 멀고 서울안에 25평이라도 하려면 1억 5천은 가져야 한다며 좀더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저보고 직장을 더 다녔으면 하더군요. 그 돈을 모으려면 전 지금부터도 5-6년은 더 다녀야 할 형편입니다.

저도 좋다 이겁니다. 젊었을때 기반 다져놓으면 좋지요. 그런데 다른 남편들은 거의 아내한테 집에서 아기 보고 살림하는 것이 돕는거다라며 자기가 집안을 책임지려고 하는데 저희 남편은 자기 부담 덜자고 거의 협박에 가깝게 "그래 직장 다니고 싶지 않으면 다니지마. 이제 아기 학교 다니고 하면 한푼이 아쉬울텐데 그때가서 후회하지 말라고." 이런 식입니다. 물론 남편의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요즘 주부들 나갈 수 있으면 나가서 어떻게든 돈 더 벌어보려고 한다는 거.

그런데 시부모님은 아기를 하나 더 낳았으면 하시고 아무리 아들때문에 다닐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려도 제가 다니고 싶어서 그런 줄 아시고 저희없을땐 에미가 빨리 들어앉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답니다(고모말에 의하면).충분히 이해합니다. 두분이 다 많이 연로하신것은 아니지만 어머니께서 관절염으로 항상 힘들어하시고 형님네 아이까지 두 아이들 보고 계시기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시는기 때문에.. ( 지금 형님네 아기는 2시까지 유아원에 가고 저희는 유아원에 보내면 아기봐주신다고 부모님께 드리는 돈도 저희로서는 수월치 않고 해서 유아원까지는 보낼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둘째를 낳으면 직장을 그만두어야하는데 계속 같이벌기를 원한다면 둘째는 포기해야합니다. 지금 제 나이가 30이고 내년에 가져도 31살입니다. 1살이라도 더 먹기전에 낳을거면 낳아야 하는데 왜 좀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반 다지는 것도 좋지만 이쯤 했으면 둘째며 자기 부모님도 좀 돌아봐야 되지 않습니까?

오늘 출근하면서 말도 한마디 안하고 인사도 없이 각자 다른 방향의 전철을 타고 출근했습니다. 이따 저녁때가 걱정됩니다.
어떤식으로 얘기해야 싸우지 않고 계획대로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께 조언 부탁들립니다.

요즘같은 세상에 배부른 소리 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전 나름대로 너무나 속상하답니다. 제 주위에 결혼해서 아기가 있는 친구형제들 중에서 아직까지 일하고 있는 건 저 하나밖에 없기때문에 비교도 되지만 언제나 시댁에 아기를 맡겨놓아서 눈치보며 살아야 하고 친정에도 자주 가지 못하는 것이 속상합니다. 맨날 시어머니 우는 소리 하시는 것도 싫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