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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나를 탓하며


BY 이후 2000-12-19

한동안은 비록 잡문이긴 하지만 쓰는 걸로 먹고 산 적도 있었다. 또 서른다섯이 되면 뭔가 써가며 내 존재를 확인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런데 이게 뭔가. 난 단 몇줄의 글도 쓰기 힘들어 허걱된다. 일상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데도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머리 속엔 뭔가 얘기가 들어있는 듯도 한데 당체 꺼내지지가 않는다.
나의 생활이 평범하긴하다. 그치만 그 속에도 분명 '거리'가 있다. 내 안에 그 것들을 담아내고 쏟아낼만큼의 그릇이 없는 것 뿐.
하기야 읽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는 생활 속에서 뭔가가 되기를 바란다는 건 욕심이지.
말로는 그런다 절대 나를 포기하지 않겠노라고. 그러나 나는 언제부턴가 나 자신을 포기하고 살고 있다. 누군가에 의해 포기당해진 것인양 투덜대지만 내가 나를 포기한거다.
여유로운 시간이 되도 나를 채우기보단 텔레비젼 리모콘을 부여잡고 끊임없이 눌러댄다. 멍하니 텔레비젼 화면에 빨려들어가버린다. 한심하다.
사랑하자. 나를. 그리고 가혹해지자 나 자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