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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신다구?


BY 나 둘째 며느리 2000-12-20

저, 주말부부입니다.
울 신랑 지방서 올라와서 회사 업무 보고 점심을 시댁에서 먹고
나왔답니다.
근데 시모께서 김치 6단을 사다 놓으시고 김장하신다고 며느리들도
없이 김장한다고 하시더랍니다.
저한텐 별다른 말씀 없으셨구요. 형님네 한테도 연락 안하셨다는
군요.
근데 둘째가 월차라도 내고 와서 도와야지 안그런다고 하셨다네요?
저 계약직이라 공휴일만 쉬거든요. 그리고 토요일엔 오전근무만
하구요. 그럼 주말에 하시든지. 왜 혼자서 주중에 하신다고 그러실까?
그래서 제가 신랑 전화를 받자마자 시댁에 전화를 했더니 울 시모
그러시대요.
오늘 올 필요 없다구, 낼 김치 비빌테니까 작은어머님들 오셔서
도와주실거라구(5명이나 근처에 사심. 걸어서 5~10분거리.)
낼 저녁에 퇴근하고 와서 김치 가져가라구요.

지난 글 읽다보니 시어빠진 김치만 주셔서 버리고 싶다던 분들
계시는데 저희 시댁은 새김치만 드셔서 익은 김치는 안드시죠.
저희더러 가져가라고 하십니다.
주말부부하니까 저 혼자 밥 먹는데 그 많은 김치 먹기 힘들어요.
하지만 감사히 갖다 먹습니다.
울 신랑 시모한테 이르더라구요.
제가 파 김치 익은 것 좋아하거든요. 그걸 아껴먹었다구 일러요. ^^;
그러니까 시모 좋아하시는 기색이 역력해요.

저 지난 아버님 생신때, 아버님과 어머님 두분 외투 한 벌씩
백화점 할인코너에서 사드렸답니다.
그걸로 김장값이며 김치 갖다 먹은 거 대신한 셈이죠.
어찌봄 뇌물이구요. 약발이 드는 거 같기도 해요.
아들한테만 김장하러 안오네 하시더니 저한텐 시침 뚝이네요.

그래서 제가 전화 해서 그랬습니다.
어머님, 관절도 안좋으신데 꼭 주중에 김장 하셔야 하겠냐구,
주말에 저 쉴때 하시지 그러시냐구 했더니 얼마 안된다구 하시네요.
진짜 어지간하면 스트레스 안 받고 부모님이시니까 하고 넘어가려
애씁니다.
이런게 흔히들 말하는 시집살인가요?
그래도 전 신경쓰지 않고 친정 엄마 대하듯 넘어가고 있어요.
괜히 신경쓰면 나중에 시모 대할때 서먹서먹할테니까요.

저두 시댁 김치 담는 법 배워두고 싶은데 꼭 어머님 혼자서
해치우시는지 모르겠어요.
이것도 스트레스인가요?

아컴 들어와서 봄 전 행복하게 시집살이 하는편이네요.
시댁문제로 신경쓰시는 분들께 죄송하지만 전 여우처럼 살려구요.
괜히 스트레스 받음 저만 손해더라구요.

윗동서 시집살이도 초연하기로 했구요.
시모의 큰며느리만 편애하시는 거며 경제적 지원 하시는 것두
모른척 눈감고 그저 우리한테 손 안 내미시는 걸루 감사하게
살기로 했답니다.

제가 워낙 의연하게 시댁문제를 넘어가니까 주변의 제 또래 며느리들
(남편친구 와이프들 or 결혼한 친구들)이 하는 말이 몇 년 지나봐야
진짜 시집살이를 알거라고 하대요.
저는 이제 8개월째거든요.
정말 몇 년 지나면 시집살이 심해지나요?

전 시댁에서 저희한테 경제적 도움 안주시고 큰아들하고 막내하고
저희 둘째하고 아무리 차별하셔도 기대 안하고 살기로 했고,
오히려 고생하고 이만큼 자수성가하시는 동안 고생하셨던 시모
생각하면 가끔은 이것저것 사드리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너무 강요하시면 그 마음도 쑥 달아나더라구요.

전화 날마다 안하고, 날마다 시댁 안온다고 삐지시는거 그거
정말 대책 안서요.
그 문제 만큼은 여우짓 하기 진짜 힘드네요.
저만의 문제가 아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