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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가된할머니


BY 이명자 2000-12-24

제가 아홉살때 엄마가 돌아가셨지요.
아픈엄마가 자는 날 깨워서 주무르라고 기다란 막대기로 꼭꼭 찌르면 그것이 귀챦아 언제나 엄마가 돌아가실까하고 생각하던 철없는 때도 있었죠.
새엄마가 들어오고 동생들을 업어키우느라 학교는 엄두도 못내고 그저 난 이담에 커서 아주 잘 살꺼야-하고 다짐하고다짐했었던 나의 어린시절.교복입은 친구들을 학교가다가 마주치기라도하면 동생을 업고 있는 초라한 내가 싫어서 부리나케 뛰었던때가 구름처럼 지나가는군요.
세월이란게 참으로 빨라요.
어느덧 낼모레가 환갑에 들어선 할머니가 되어버렸으니까요.어쩔때는 거울을 보고 과연 이게 누군가하고 깜짝깜짝하고 놀랄때도 있으니까요.

사람이 전생에 동물이었다면 저는 아마도 일잘하는 황소였나봅니다.
전 평생 그렇게 손이 갈라지도록 일만하고 살아왔으니까요. 아직도 장흥에서 오리를 구워서파는 할머니로 살고있답니다.

국민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에이비씨도 모르는 무식꾼에다가 두번에 교통사고로 한쪽다리가 짧아졌지만 그래도 난 행복합니다.
우리 딸들이 어려운일이 닥치거나 슬플때 엄마랑 삼십분만 대화를하면 눈 녹듯이 고민이 녹아버린다나요.내가 엄마의 사랑을 못받고 자라서 나중에 자식들을 낳으면 혹시나 엄마노릇을 잘할수있을까도 의문이였는데 모두 훌륭히 대학졸업시키고 모든 엄마와 상의하는게 대견하지요.
조그마한것에서도 행복을 ?을수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다보면 사랑을 받지못해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않고 살아갈수있는것 같습니다.오늘 손자녀석.딸들...일하는식구들에게 나눠줄 선물들을 한가득 샀어요.
하나씩 나눠주니 기뻐하는 모습이 모두들 아이들로 돌아갔던것같습니다.속상한일들만 올라와 있어서 두서???주책없이 몇글자 썼습니다.
즐거운 성탄 보내십시요.메리크리스마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