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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이라는 이름..


BY ... 2000-12-28

제 나이 스물다섯.
아직 호적상으로 유부녀는 아니지요.
무늬만 아가씨인 아줌마입니다.
신랑 될 사람도 저랑 동갑이지요. 가게를 열게 되어서 양가 허락하에 가게에서 생활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가게를 비우면 안되거든요..신랑도 집에서 도움을 전혀 안 받는 처지라 직원 한명 두고 시작하기에는 빠듯해서요..
저희 친정은 말이지요..
항상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3 수능이 끝난 후부터 대학 졸업할때까지 아르바이트 안했던 날..손으로 꼽습니다.
그리고 졸업후에 직장 다니구, 밤에는 과외하구..
언제나 모든 돈 봉투채 엄마 갔다드렸습니다.
언젠가 친구가 그러더군요..
" 돈 엄마 다 갖다 드렸으면 꽤 모았겠다.."
저는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딸들 월급 받아 집에 갖다 드리면 엄마들이 적금도 넣어주고 그러는 거구나..
전 지금 제 손에 한푼도 없습니다. 시집갈 생각도 안했지요..
꼴에 같지않은 자존심으로 꿀리기는 싫었나 봅니다.
그러다가 신랑을 만났구요..
같이 일해서 제 적금 제 손으로 넣어서 내후년 봄 정도에 결혼식을 올리려 했습니다.
이제 가게낸 지 반년..
그동안 저랑 신랑이랑 함께 모은 돈 중에 거의 전부인 600만원 엊그제 저희 친정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동안 빚진 돈들, 이모 고모 보증 서 준 돈들...터져서 그나마 살고있던 20평짜리 아파트..경매로 넘어가고...
삭월세 250짜리 방 얻는다구..이사비용이며..그리고 물론 아빠는 허무하시겠지요..그 허무한 마음을 왜 차로 달랩니까? 지금이 차 바꿀 시기이겠어요? 물론 지금 아빠 타시는 차 무지하게 꾸리긴 했지만..좀만 더 있었어도 될것을...
속이 너무 상했습니다.
물론 엄마가 한달에 얼마씩 갚겠다고 하셨습니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동안 정말 저희 둘 스물다섯 좋은 나이에 보세 옷 한벌, 피자 한번 먹는 것도 아껴가며 모은 돈인데..
저 혼자의 돈이면 상관이 없는데...신랑꺼잖아요..
신랑은 괜찮다고..어려울때 돕는게 가족이지 않느냐고..하지만 저는 솔직히 너무 면목없고, 그저 미안하고...
너무 속상해서 엄마랑 전화로 티격태격..
엄마도 많이 속은 상하시겠지요..
" 냅둬...우리가 길바닥에 나앉든 말든 신경쓰지마..너땜에 돈이 최고라고 다시한번 깨닫게 됐다.."
너무 어이없고 힘들어서 울음도 안나와 멍하게 앉아있다가 눈물이 한방울 툭...
지금도 눈물 한방울..또 툭...
그러고도 오늘 전화해서 25만원만 해주라..그 돈은 내가 줄께 엄마..
그렇게 엄마는 풀리셨습니다..
저는 또 카드 서비스 받아서 한달동안 푼돈 모아야 합니다.
신랑이 알아도 상관은 없지만..알리기 싫으니까..
거지 같으니까..
말이 넘 심해졌네요..
암튼 넘 부담되고..물론 엄마 어려울때 나 대학 4년 보내주고...
속이 너무 상합니다..나 아르바이트 한 돈만 해도 납부금은 더 됐을텐데,,도대체 그 돈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도 없고..
저희 엄마 저 대학 다닐때 제 명의로 학자금 대출 받아 쓰고 것두 다 못 갚으셔서 저 신용불량 됐구요...그 돈도 결국 제가 과외해서 마무리 했었쪄..

제 얼굴에 침뱉기라는 거 알지만...
너무나 속이 상해서...
익명성이라는게 참 좋네요...
그냥 주저리 주저리...썼습니다...죄송합니다..심란하게 해 드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