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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며느리의 일기..


BY red 2001-01-03

결혼한지 2년이 되어간다.
연애할땐 남편이 종가집 맏아들이라해서 결혼의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연애할땐 남들도 하는 종가집 맏며느리 노릇.. 나도 할수 있다고 믿었다.
연애할땐 남편과의 행복한 결혼생활만 생각했다.
연애할땐 사랑하는 남편을 낳아주신 시부모님, 고맙고 당연히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결혼하고 보니
내(난 내가 생각하기에도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맏며느리감이 못된다..)어깨에 짊어진 부담에 숨이 막혀버릴 지경이다.
누가 그러더군.
우리나라의 결혼이란 남과 여의 결합이 아닌
남자쪽의 집안과 여자 혼자만의 결합이라고.....
첨엔 남들처럼 며느리노릇 잘 할수 있을꺼라 생각했는데,
많은 제사 시어머님과 나 둘이 음식 다하고, 그 많은 시누들은 일나가거나 놀러 나간다.(나도 직장다닌다.)
누가 제사 뒷치닥거리하는 것을 며느리만의 몫이라고 했나..?
솔직히 따지면 난 피한방울도 안섞인 남인데 시누들이야 말로 먼저
발벗고 나서서 제사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장남(울 남편도 내색은 안해도 장남이라는 것에 무지 스트레스 받는 것 같다.)이라 정해놓고 모든 짊들을 지운다.
주위 친척 어른들 보는 날이면 종손, 종손 며느리로써의 의무만 열심히 말씀하신다.
이건 이래야하고 저건 저래야하고 이것도 늬네가 해야하고 저것도 늬네가 신경써야하는 것이고.....
그런 얘기 듣는 날이면 더 답답해진다.
시부모님도 당연히 장남이 모셔야 하고, 집안의 대소사도 장남이 먼저 나서야 하고,온갖 잡일도 맏며느리가 하야하고....

작은 희망이 있다.. (실현 불가능한 희망....ㅜ.ㅜ)
결혼하면 당연 시댁일이 우선이요, 시댁부모님을 당연 모셔야 하는 것도 우선이요..이런 사고방식부터 바꿨으면 좋겠다.
여자쪽의 부모도 똑같이 귀한 부모인데, 왜 남자쪽의 부모를 모시는것이 당연한가....
제사도 형제 자매들이 돌아가면서 지내고
부모님 모시는 것도(정정하신 분이면 혹 몰라도 나이드신 부모님이라면 당연 모셔야한다고 생각한다.그게 시댁부모만 강요하니 문제지...)
장남,차남,남자, 여자 할것 없이 돌아가면서 모셨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아들 낳아야 한다는 부담이 적어져 딸이라고 낙태시키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못된 며느리(시부모님이 만드는)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제로 시댁에 며느리를 (이리깎고 저리다듬어서) 끼워 맞출려고 하니,며느리들이 거부감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온갖 잡일 다해도 고마워해하기는 커녕, 며느린데 당연 할일이지...라고 생각들 한다.
그럼 더 억울하고 열받는다.
그럼 남자들은(젊은 사람이라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남들 다 하는 것 혼자 왜 생쇼를 하고 있느냐고...
그렇게 억울하면 결혼하지 말고 혼자살지 왜 결혼 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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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단지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결혼한 것뿐이다.
그게 죄라면 죄다.

두서없이 써놓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