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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잠만 자게 됩니다.


BY 우울해 2001-01-04

전세 이천만원으로 다녀봐야 이 동네에선 뻔한 수준. 이번 집은 집들로 꽉 둘러싸여 일층인데도 거의 반지하수준이다. 옆집 음식냄새가 담벼락사이에서 머무는지 여름엔 참 괴롭고, 햇볕이 오전 9시즈음 한차례 들고는 어두스름하다. 한낮에도 부엌은 어두워서 불을 안 켤 수가 없다. 우울증에 기름을 붓는다. 직장이 끝난 11시, 도로에서 한참 걸어 들어오면 절로 눈물이 펑펑.. 이렇게 사니까 직장에서 무슨 소릴 들어도 가슴에 상처가 크게 남는다. 참다못해 그만뒀다. 내 주제에 참고 살아야지..하다가 어느 몹시 피곤한 날, 어떤 아이가 "선생님, 접때 원장님한테 맞았지요?" 라고 말한 날. 확 뒤집어져서 다음 날로 그만뒀다. (원장님한테 불려가서 야단맞는 것을 아이들이 다 보았거든..) 이래서 자격지심이란게 무섭단거다. 지금 상황은 식당접시라도 닦아야 할 판인데, 자존심이 왠 사치일까. 이런 걱정으로 밤을 지새고 나면 오전 내내 잠만 오니까 퍼질러 잔다. 잘 때만큼은 걱정이 사라지니까. 취직해야 되는데, 정말 자신감이 확 사라졌다. 배울만큼 배웠는데, 모든 게 겁난다. 사실 쇼핑같은 거 안 한지도 꽤 되었다.친정엄마는 절대 아이 낳지 말라신다. 돈도 없는게 뭘로 아이키울꺼냐신다. 맞는 말은 맞는데, 우짜다 내 신세가 이렇게 되었나싶다.
tv보면 살려고 발버둥치는 환자들 많던데, 그들을 보면 정말 죄송하다. 난 너무 죽고 싶은데, 저들은 내가 버리고 싶은 생명을 갈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너무 무가치한 인간같다. 돈 벌 줄도 모르고 존심만 세고..이런 동네 살면서 롱부츠신고 나갈때의 그 따가운 시선.
(그건 처녀적 잘 나갈때 사신었던 것) 이게 내가 처한 상황이다.
노는 물이 달라서 동창들 못 본지도 꽤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