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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방에 오면 속상해


BY 이유앤 2001-01-04

속상방의 글을 보면 속상해서 속에서 불이 치밀어요. 사람들이 모두 조금만 상대방을 배려하면 며느리로서 올케로서 동서로서 아내로서 살기가 수월할텐데, 왜 이렇게 상식이하의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전 시누넷에 외아들에게 시집갔습니다. 친정그늘에서는 생각도 못했던 부당함이 널부러져 있더군요. 하지만 제 시아버지 처음에 시누들과 시누남편들 모아놓고 말씀하시더군요. 며느리가 잘하는 못하든 야단치는 건 나니까 잔소리하면 죽음이다.!!! 제 남편, 엄청 효자거든요.(아버님께서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명절같은때 며칠씩 시댁에 가있어야 할일있으면 즈음해서 선물을 주거나 용돈을 따로 준답니다. 기분좋게 제가 가야 자기도 편하니까.
우리 시누들, 뒤에서 즈그끼리 머라하는지 모르지만 말없습니다. 죽음이니까요. 제가 남편에게 시누들이 욕하지않을까? 하면 남편,말합니다. 지나 즈그시댁에 잘하라케라. 진심이든 아니든 속이 후련합니다.
제 남편, 제가 억지를 쓰던 실제상황이든 일단 들어줍니다. 니가 젤로 잘났다. 니 행복이 우리 가정의 행복이다.라고 듣고나서 외치지요. 그래서 저는 만나는 사람마다 외침니다. 주부의 행복이 가정의 행복이라구요.
그래도 시댁에 가면 나는 며느리. 시댁과 친정이 먼 관계로 명절에 시누들까지 다 모여도 아들없는 쓸쓸한 친정생각을 하면 심통이 납니다.
밥먹고 난 밥상 나 혼자 다 거두어서 설겆이 하는데 시어머니 옆에서서 술안주로 이거 구워내야 되지않겄냐? 하시며 명태포내놓고 과일내놓고 하실때, 수다떨고 있는 시누들이 밉습니다. 딸 안시키고 며느리한테만 시키는 시어머니도 밉구요. 그 다음번에 또 그러길래 그랬습니다. 형님한테 까라고 하세요.(부드럽게) 저희 시댁은 밥상을 물리면서 술상으로 상을 다시 깔아 새벽까지 술판을 벌입니다. 제 남편과 시아버님이 모두 술마시면서 얘기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두 부자가 만나면 새벽까지 얘기합니다. 계속 안주를 올려야 하지요.
결혼초, 결혼이 나에게 맞지않는 제도인거같아 절망하던 제가 이제 6년이란 세월을 살고 아이낳고 적응할수 있었던 것은 비상식적이지 않은 시댁식구들과 제 입장을 이해하고 옹호해 주는 남편때문인거 같아요. 제가 우리나라 사회에서 조금은 쉽게 결혼생활을 할수있는 것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않는 사람들과 결혼으로 엮여서이지않을까 해요. 며느리,아들,올케,아내에게 많은 기대를 안하는 거죠.
특히 남편이 가장 제게 힘이 되어주는데, 저에게 효부가 되기를 강요하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아요. 그대신 직접 효자노릇을 해요. 씨족집단 모임에 가능하면 참석하고(혼자갈땐 제가 못가는 핑계를 그럴듯하게 대고) 아버님 권위를 세워드리죠. 하지만 무리를 하지는 않아요. 금전적이든, 시간적이든. 시아버님도 아들이 할수있는것은 며느리가 수긍했기때문이라고 아들이 잘하는건 며느리 덕도 있다고 널리 공포하시죠.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시아버님과 남편이지만 그래도 더불어 살수 있는것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몰상식하게 무대보만 아니라면 여자들이 좀더 쉬워지지 않을까?
이글을 읽는 분들은 내가 복이 터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들만 있다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 딸이 있다면 이 사회에서(언제 바뀔지 안바뀔지도 모르는) 힘들게 살아야 하니까.
딸가진 엄마들은 독하게 교육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싸가지있는 넘을 고르는 눈을 가지도록, 싸가지없는 집안을 보는 눈을 가지도록, 그런 넘 못찾으면 혼자 살수도 있다는 것을, 이 나라 남자만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싸가지없는 넘들은 장가를 못가도록하고, 싸가지없는 집안은 새 가족을 못들이도록.....
저는 아들만 둘이지만 가끔 걱정돼요. 아들결혼하면 히까닥 못된 시엄니될까봐서... 그래서 국제화시대에 아들한테 외국여자하고 결혼하라고 세뇌시킬까 생각중입니다. 외국며느리면 나도 아예 포기할꺼아녜요. 너무 비약시켰나?
두서없이 긴글을 썼네요. 근데 이글을 이방에 올려도 될까요? 아무 얘기나 쓰기에 올려야 되는건 아닌지 모르겄네요.
애라 모르겠다. 올라가라~~~ 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