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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의 비애


BY 나는 봉 2001-01-04

새해가 되었군요.
모두 좋은 일만 넘쳐나시길 빕니다.

저의 시아버지는 83살 되셨지요.
평생 시어머니의 불호령으로 기도 제대로 못피고 살아온 공처가였어요.시어머니 돌아 가시고 혼자 되셔서 새로운 환경이 필요할것 같아 미국으로 모시고 왔어요.
성격이 무척 급하시고 참을성이 너무 없어서 지금까지 줄서서 극장에 간 적 없을 정도랍니다.암표로...
현재 며느리인 제가 석달째 모시는데 사실 저도 어린애 키우면서 모시는게 쉽지 않군요.
시아버지,공처가만 되었어도 양반이죠.딸이 네명인데 딸들 기에 눌려 아버지의 권위라곤 조금도 없으세요.
처음엔 안됐기도 하고 노인이니 잘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하나로 다른때보다 음식에도 신경 더 쓰고 시간시간 말벗 해드리고 모시고 나가고
성심을 다 하려고 노력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힘에 겨워져요.
일단 세살도 안된 우리 딸이 할아버지께 모든 걸 양보하고 살아요.
시아버지께서 심심하대서 놀이터에 갔는데 춥다고 가자마자 빨리 집에 가자고 하시고 애는 놀겠다고 떼쓰고 결국 애가 졌어요.
한번은 밖에 나가서 우리애가 늦은 점심을 먹는데 시아버지께선 또 빨리 집에 가자고 애 밥먹는 것도 안 기다리시는 겁니다.
물론 밥 다 먹이고 가자고 해도 안되요.
그리고 미국엔 사우나가 아주 비싸요.일반 대중탕하고 같은 건데도 2만원의 값인데 일주일에 두번 가시는 건 좋은데 30분도 안돼 나오십니다. 샤워하러 가는거죠.
집에 더운물 나오는 목욕탕이 두갠데,시아버지께 안방 내드려 그 방에 욕실까지 다딸려 있건만.
물자 아까운 줄 모르는건 여기서 그치지 않아요.전기장판 전깃불은 24시간 켜 놓고 계세요.
결정적으로 며느리가 집안의 종인 줄 안다는 것.
여럿되는 손위 시누이들이 저한테 함부로 대하는 것 보고도 니가 이해해 주고 참아야지.그게 다입니다.
아들과 다퉈도 평화를 위해 니가 이해해야지입니다.
좋은 말이지만 왜 나보고만 벙어리가 되라고 하는건지.
언제나 시부모 모시면서 듣는 말.살면 얼마나 사시냐!
이러다가 젊은 제가 과로로 먼저 갈지도 모르고 그럼 내 인생은 뭘까요?
노인공경사상,그거 훌륭한 전통입니다.
적어도 그게 도리이고 절대선이라고 배웠지만 현실은 정말 곧이 곧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