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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로 풀려구요...


BY 아줌니 2001-01-05

분가하고는 얼마동안은 정말 해방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가서 인사드리고 일하고 오면 되니까 정말 살맛나더군요. 그런데 제가 아기를 낳을때 또 큰일이 터졌습니다.
저는 여러가지고 시아버님의 눈에 못마땅한 며느리였는데요 그래도 아기낳으면 달라지실줄 알았습니다. 아버님은 제가 아기낳은 다음날 술이 만취가 되어서 병원에 새벽5시에 오신겁니다. 저는 아기가 8개월에 조산되어 아기들 걱정에 저 아픈건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느닷없이 시아버님이 술드시고 그것도 운전까지 하시고는 병원병실에 다른 산모들자는데서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피우시는겁니다. 딸낳아서 서운하다구요. 쌍둥이 낳는다고 아기들 배내저고리 하나 사주시지 않으신 분이 이제와서 딸낳았다고 서운하시다면서 병원에서 그런 난동을 부리시다니...
그후로 술드시면 전화해서 한시간도 좋고 두시간도 좋고 저를 피를 말립니다. 자기 아들 가만 놔두고 왜 저한테 그러시는지 정말 전 죄를 많이 짓고 태어나서 그 업고를 갚을려고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기둘 키우느라고 산후조리도 못하고 잠한숨도 못자는 모습이 안쓰러워 남편이 시어머니께 "얘 어제도 밤새도록 애기안고 있었어. 잠좀 자라고 해"했다가 옛날에는 애낳고 바로 밭일도 했어 하는 시어머님의 말씀에 어찌나 서럽고 눈물이 나고 남편도 꼴도 보기 싫더군요.
아기들 백일때도 술드시고 오셔서는 난동을 부리셨죠(애들 백일을 뭐하러 하냐구 못마땅하셨대요.)첫 손녀들이라 친정엄마는 음식에다 옷에다 반지에다 갖은 정성 다써주시는데 우리 시어른들은 구리 반지 하나 내복한벌도 없었습니다. 그런건 바라지도 않아요. 왜 제 가슴에 그리고 아기들 가슴에 못박는 행동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백일사진도 집에서 찍으면 될껄 사진관에서 찍었다고 24시간을 술드시면서 저에게 주정하시는데 울다 울다 지친저는 6개월된 쌍둥이를 들쳐업고 (아기들이 너무 작아서 백일사진을 한달전에 찍었거든요)엄동설한에 맨발로 도망치다 어머니께 잡혀왔습니다. 다음은 안봐도 아시겠죠.제가 왜 살아야 하나요. 제가 뭘잘못했죠.그래도 시부모님 생신에는 애들 데리고 생일음식다 장만해서 택시타고 들고가서 차려드리고 (시댁에서하면 돈든다고 싫어하셔서)도련님 생일도 용돈도 챙겨드리고 시어머님넋두리 잔소리 군소리없이 들어드리고 부엌일도 안시켜도 알아서 해요. 저는 음식하는것도 좋아하고 어머님은 음식 못하시니까 저에게 전적으로 맞기시거든요. 그런데 전 왜 사랑도 못받고 사나요.
며칠전 시아버님이 술드시고 이러시대요. 넌 왜 큰댁며느리처럼 살살거리고 애교안떠냐구요. 천성도 애교는 없지만 아버님께 정말 애교떨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술드시고 곤히 자는 애들한테까지 주정하시면 죽이고 싶은 마음도 드는데요. 저 천벌받겠죠. 젊으실때 정신병원에도 입원하셨었다는데 퇴원하니까 아무 소용없더래요.
전 일요일날만 되면 가슴이 벌렁벌렁거립니다. 아버님의 주정을 또 당해야 되나 생각하면 지옥이 여기다 싶구 아기들이 불쌍하고 그래요. 아버님 주정하고 소리지르는동안은 애들 우유도 못주고 울어도 방안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그런데 이제 남편도 예전같지가 않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월급도 반으로 줄고 속상해하더니 매일같이 술입니다. 술먹고 필름끊기고 요즘같은 겨울에는 동사해도 모를 지경으로 마시고 옵니다. 제가 이혼을 생각한것은 요즘이에요. 시아버님은 일주일에 한번만 당하면 되지만 남편에 대한 실망은 저를 절망하게 합니다. 삶에 대한 의욕이 없어집니다 쌍둥이 생각하면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바람이 나서 집이 싫어서 그런건지 집안내력으로 술을 마시는건지..남편은 주사를 안부리는데 왜 그러냐구 하지만 안들어오는 남편 새벽4~5시까지 기다리는 피말리는 심정을 왜 이해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행복하게 오손도손 돈없어도 그렇게 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게 뭔지 모르겠어요. 처녀때 정말 그때는 제가 하고 싶은것 하면서 보람있게 살았는데..정말 결혼을하면 이렇게 여자들은 손해보면서 희생하면서 사는데 당연한건지요..
말할 사람도 없고 수다 떨면 풀릴것같아 썼어요.

말하고 나니 누워서 침뱉은 것같아 부끄럽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저도 조금만 더참고 견뎌야 겠지요. 어린 쌍둥이 생각해서라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