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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BY 오늘도.. 2001-01-05

어떤 드라마의 대사가 생각난다.
다시 태어나면 한 곳에 깊이 뿌리 내리는 나무가 되고 싶다고 했던가?

나도 한 곳에 뿌리 내리는 나무가 되고 싶다.
타국 생활을 시작한지 1년반이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이곳에 뿌리가 내려지지 않는다.
한국 생각만 나고 틈만나면 한국에 갈 궁리만 한다.

처음에 이 나라에 오게 되었을 때는 너무 좋아서 펑펑 울기까지 한 나였다. 시집때문에 맘고생이 너무나 심했었기 때문이다.
도망치듯 이 곳에 왔다.
훨훨 나를 것만 같았다.

이 곳에 오니, 한국에서는 그렇게 찌라고 고사를 지내도 안찌던 살이 찌기 시작하고 몸도 마음도 한동안은 너무 편하고....
아~ 시집식구들과 멀리 떨어진다는 기쁨이 이런 것일줄은 상상도 못했을 정도로 좋았었는데....

여기 와 있는 동안 한국의 모든 나와 관계되었던 인연들과 멀어지고 있다는 두려움이 서서히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전화를 자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과도 내 형제와도....멀어지고 있다는 생각.
그 생각이 나를 너무도 쓸쓸하게 만든다.

조카가 눈이 짖무르도록 보고 싶은데도 쉽게 가보지도 못하고.
친정에 일이 생겨서 엄마곁에 좀 있고 싶었는데도 못갔다.
이 곳의 생활도 아직 낯설고, 모든게 새로우니 좋은면도 있었지만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점도 있었다.

점차 나아지려나...

남편도 잘해주고 아기도 갖게 되어서 좋은데...아니 좋아야 하는데...왜 이렇게 쓸쓸하고 외롭고 허전한지.

남편이 걱정하는 소리를 한다.
새해 시작하던날 내가 이 곳 생활에 잘 적응하게 해 달라고 기도 많이 했다면서...

오늘도 난 한국에 갈 궁리만 하고 있다.
정이 사무치게 그립고 여러사람 눈치 안보고 내가 가진 정을 푹푹 퍼줄 수 있는 조카도 그립고.

기운차게 뿌리 내리고 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