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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BY zero 2001-01-05


결혼하고 한달
시댁에 100만원을 보내드렸다
(시댁이 재개발지구 아파트에 입주하기로 되어있어서 보태 쓰시라고...시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남편은 대학을 졸업하고 받은 월급을 용돈 빼고 모두 아파트에 쏟아 부었단다. 남편의 월급 105만원 그걸 모두 보내 드렸다. 그래도 살만하다 내가 벌고 있으니까)

결혼하고 네달
난 백수가 됐다 IMF가 터지고 여직원 중에 결혼한 나랑 또 나이많던 그친구랑 나란히 백수가 됐다 그래도 시댁에 돈은 여전히 보내 드리고 내 퇴직금 까먹고 살고 있다

결혼하고 다섯달
시어머님 그러시대...니네 피임하니? 결혼하고 다섯달인데 왜 애소식이 없어? 올가을에 약한재 해먹어라
그 잔소리를 시작으로 시이모님 딸데려다 집들이 안한다고 투덜투덜
때되면 절에 가라고 잔소리

그리고 어느날 은행에서 뭐가 날아왔다
세상에 결혼할때 신랑측에서 보탰던 1200만원 중에 1000만원이 신랑이름으로 대출을 받았단다
우린 2000만원을 보탰었다 신랑쪽에서 1200만원을 보태고...
(그리고 첫아들이라 예단도 해야 된대서 예단도 300만원을 했다
500만원을 보냈는데 많다고 200은 돌려 주셨거든...)
신랑은 그러대 대출받은거 맞고 시부모님이 갚고 계시다고...

결혼하고 여덟달
입덧인지도 모르고 입덧을 시작했다
종일 토하고 기어다녔다
신랑직장이 멀어서 그렇게 힘이 들어도 새벽에 일어나 밥을한다.
일요일을 기다렸다 늦잠한번 퍼지게 자보려고..
그런데 시어머님이 절에 가야한다고 케?揚?사들고 집근처에 오셨다
돌아오는 일요일 케?揚?조계사 절에 올리고 아침 9시까지 도선사 절근처에서 만나자고...
그날 처음 신랑한테 막 뭐라고 했다
절은 다니는 사람이나 다녀야지 이렇게 강제로 다니면 무슨 소용이냐구...
차라리 벽에 대고 얘길하지... 신랑은 아무 대꾸가 없다
결국 그주 일요일에 절에 갔다

결혼하고 열다섯달
출근준비하던 신랑이 동사무소에 가서 인감좀 떼어다 놓으란다
어디에 쓸거냐는 물음에 시이모님 대출보증서라고 그랬단다 시부모님이... 알았다고 그랬다 얌전히 출근시켜 놓고 시댁에 갔다
이렇구 저렇구 해서 대출보증은 못서겠다구 보증서서 좋게 좋게 마무리되는 걸 본적이 없다구 그래서 보증은 안서게 됐지만 시이모님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지금도 시이모님은 내가하는 말은 걸고 넘어진다.

결혼하고 열여덟달
아기가 태어났다
그리고 시댁에 돈보내드리는 것도 그만두었다

결혼하고 열아홉달
다니던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다시회사에 다니게 됐다 아기는 친정엄마한테 맞기고...
때맞춰 작은 집도 하나 사게 됐다
돈이 없던 우리는 계약금 중도금을 친정부모님이 여기저기서 변통해다 막아 주셨다 그런데 문제는 시부모님
집산다고 할때부터 못마땅해 하셨다
게딱지만한 집 무엇에 쓰려고 사느냐고...
그러더니 친정아빠가 계약금, 중도금 낸 영수증을 신랑한테 안보여주고 말로만 했다고 시부모님은 친정부모님을 막 몰아세우셨다
얼마나 모질게 몰아세우는지 다 둘러엎고 싶었다 이혼을 하는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너무 시끄러운 나머지 주인집 아저씨 옆집 부부 모두 몰려와서 우리집 현관문에 붙어 다들 들으셨단다.
난 얼굴을 들수가 없었다. 모두들 시부모님을 욕하셨지만 참 기분 더러웠다

결혼하고 스무달
직장에 출근했다
어쨌든 집은 사게 됐고 모자라는 돈 1000만원은 은행대출을 받고 800만원은 친적분한테 꿔서 어떻게 돈이 맞춰졌다
신랑이 벌어오는 돈은 모두 은행빚을 갚고 내가 번돈도 남는건 모두 은행빚을 갚았다 그래서 직장생활 6개월 만에 은행빚을 모두 갚았다
그리고 1년만에 난 직장을 그만두었다
시부모님이 못마땅해 하셨다
밥굶냐고 소리소리 지르셨다

결혼하고 스물다섯달
도련님이 결혼했다
결혼식에 오신손님 시댁에 모여 난리를 쳤다
그손님은 나혼자서 뒤치닥거리하고 시어머니한테 수고했다는 말한마디 못들었다
그리고 며칠뒤
시어머니 전화
난리난리... 시동생 신혼여행 갔다왔는데 잘다녀왔나 전화 한통화 안했다고 결국엔 네가 어디가서 우리아들같은 남편 얻겠냐는둥 별 거지같은 소릴 다 하셨다
그날 난 시어머니 속을 뒤집어놨다
신혼여행 갔다온 사람이 전화를 해야지 직장갔다온 사람이 신혼여행을 갔다 왔는지 어쨌는재 어떻게 아느냐구...
그랬더니 시어머니 하는말
윗사람이 아랫사람 챙겨야지 아랬사람이 윗사람 챙기냐구..
그래서 또 한소리 했지
그래서 어머님은 손자 하나 있는거 잘 크냐구 전화한번 해보셨냐구
그랬더니 이게 어디서 배운 버릇이냐는둥 가정교육이 어쩌구...
그러대
그러더니 그뒤로 가끔 전화가 와
시어머님이...
당신 손자 잘크냐구...
우습지?

그리고 또 언젠가
회식있다던 남편이 일찍왔대
말 한마디 안하고 삼일을 지내대
난 답답해 죽는줄 알았어
이유인즉 시어머님 전화가 왔대 남편 핸드폰으로
너무 힘들어서 밥도 안먹었다면서 울더래
그 전화받고 효자아들은 자기아내 속타는거 생각도 안하고 삼일은 말도 안하고 인상쓰고 있었던거야

또 어느날 시댁에 갔는데 세탁기가 고장났대
그 소리듣고 효자아들들 집에 세탁기 들여놔줬어

지난 아버님 생신
집에서 하자고 그랬더니 뭐라시는줄 알아?
날도 더운데 불앞에서 니네들 고생이래
결국 나가서 음식점 잡아서 했지
수억깨지대

시어머님 생신
것도 집에서 하자고 그랬더니 당신 남편 생일을 밖에서 해서
당신생일은 집에서 하는게 아니래
또 밖에나가 했지 또 수억깨지대

얼마전에 시댁에 다녀왔어
시아버님 그러시대
당신들이 밥을 먹는지 죽을먹는지 아느냐고
새아파트 끼고 살면서 어쩌라고
그 아파트에 들어간 돈이 얼만데...
돈에 연연하지 안으려해도 어쩔수 있어?
남편월금이 120만원이야
50만원은 뚝떼서 집살?? 꾼 친척분돈 갚고 10만원은 시아버지 내년 환갑때 쓰려고 저금하고 5만원은 아기통장에 5만원은 내가 처녀때부터 갖고 있던 통장에 그리고 20만원은 남편 교통비와 용돈 그리고 남은 30만원으로 생활해 봐
돌아버리겠어

또 얼마있으면 명절이다
큰집엘 가 시아버님 큰집에...
결혼하고 한번 식구들 다 왔더구만
그리고 그 뒤로는 시작은어머님들은 안와
당장 우리 시어머니도 안가는데 뭐 시외할머니가 계시거든
시어머님이 모신지 이제 2년 되어가나...
시외할머니 혼자 계셔서 못간다고 핑계대고 절에 가거든
시아버님 큰집 며느리 하나랑 나랑 우리동서랑 또 죽었다
명절좀 안왔으면 좋겠어
우린 그집 손자 며느린데 왜 며느리들은 오지도 않구 손자며느리가 그 고생인지 알수없어
거긴 정말 시골이야
애 데리고 갈 일이 걱정이다

마지막으로 재개발지역에 아파트를 지을 경우 그아파트에 입주하려면 도대체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아시는분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