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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BY 여자 만세 2001-01-08

지난 12월 31일(일)에 있었던 얘긴데요. 읽어 보시고 제가 옳은지 그른지 아컴아줌니들께서 판단해 주세요.

오전 10시경 우리집 아이들 pc방에 간다고 하더라구요. 다른때 같으면 안보내는데 마침 친정 조카가 놀러온터라 기분도 맞춰줄겸, 이모 점수도 딸겸, 흔쾌히 승낙하고. 그날 친정에 방문 계획이 있어서 몇시에 그 근처 할인매장 서점에서 만나자고 아이들과 약속을 하고 보냈습니다.

여기까지는 탄탄대로 별일 없었습니다.

근데 약속 시간이 되어 가보니 아이들 기분이 영 엉망? 진창? 시궁창?이더라구요.

제가 또 누굽니까? 형사의 아내 아닙니까?

분명 뭔 일이 있을거라는 예사롭지 않은feel이 오더구요.

그래서 외가에 가는 차 안에서 물었죠.

게임은 어땠니? 사람들은 많든? 춥지는 않았니등.....

그런데 작은아들녀석 다른데 같으면 재잘 조잘 묻지 않아도 귀아프게 떠들놈인데 대답을 외면(?) 무언가 비밀이 있는듯 하길래.

좌.우회전 말고 직진으로 물었죠.
그랬더니 아이들 볼멘 소리로 돈은 냈는데 원하는 게임은 못하고 엉뚱한 것만 하고 왔다고 툴툴데는데 제 머리가 조금 열 받더라구요.

물은즉?
아이들은 요즘 한창 인기짱인 리니지를 하러갔는데 주인 아줌마는 괜찮다고 하라고 해서 하는데 왠 아저씨가 와서 하지말라고 해서 하는 도중에 그치고 집에도 있는 스타를 했다면서 억울해 하더라구요.

저 혹시 아이들이 컴퓨터를 잘못 조작해서 주인 아저씨가 화가 나서 그런줄 알고 "너희들이 무슨 실수를 했겠지 다른 pc방에서는 안그러는데 왜 그 pc방에서만 그러겠냐?"고 아이들을 나무랐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아침시간이라 자기들 3명하고 2명 더 있었는데 자기들 한테만 하지 말라고 아저씨가 화를 냈다는 거예요.
그래서 돈은 이미 지불한 상테니 할수 없이 돈 값 할려고 재미없는 게임 하고 시간만 때우고 왔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너희들이 처음 그곳에 갔다고 텃세를 부리나 본데 만약 그 것이 사실이라면 내 가만히 안 두겠다고 아이들에게 큰 소리를 쳤더니 아이들의 표정이 조금 밝아지더라구요.

그랬더니 그때까지 침묵만 지키던 남푠왈 "돈 6000원이면 아이들에게 큰 돈 인데 그돈 주고 pc방 보낸 엄마가 문제"라며 저를 공격하는 거예요.
저 다른때 같으면 안보냅니다. 그렇지만 그날은 보낼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친정에 가서 점심 먹고 올케랑 수다 떨고 그 사건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작은 아이가 묻데요.
어디가는냐고. 그래서 집에간다. 했더니 남푠왈 저보고 pc방 가서 따지래요. 아까 큰소리 쳤으니까 가서 말 못하면 "바보"라며 아이들 앞에서 저를 면박주길래 "그래 좋다." 만약 그 pc방에서 잘못한 거면 돈6000원 받아온다고 큰소리 쳤습니다.

아이들이 일러준 pc방 앞에 남푠이 친절히도 주차시켜주고 저 아이들 대동하고 남푠 내뒤에 끌고 칼바람 맞으며 의기 양양 pc방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딱 들어서니 뻘겋게 충혈된 눈(코미디언 한무씨같은 붕어눈)을 하고 쳐다보는 사내 있길래 (우리 아이들 표정이 굳어서) 응! 바로 너구나 하고 앞에가서 물었죠.

여자: 오늘 오전 이 아이들 여기 온적 있습니까?
사내: 그렇다.
여자: 왜 아이들이 원 하는 게임을 못하게 했습니까?
사내: 그런적 없다.
(나는 죄인 처럼 고개숙인 아이들을 불렀음)
아이: 아줌마는 하라고 했는데 이아저씨(사내)가 못하게 했습니다.
여자: 이유가 뭡니까?
사내: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더니 표정이 일그러지며)너희들 게임해 놓고 무슨말 하냐고 따졌다.
여자: 왜 아이들 협박합니까?
사내: 별 이상한 아줌마 다보겠다.
여자: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
(주위를 둘러 남푠을 찾으니 이 왠수 문 밖에서 보일듯 말듯 숨어 있질 않은가? 나참! 기가차서)
영업장소에 와서 무슨 행패냐 나가라고 사내라는 놈 육탄전 벌이기 일보직전 내 그럴줄 알고 남푠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주춤거린다.

나는 그러고 pc방 쇼파에 앉아 나와 아이들에게 사과하기 전에는 여기서 한발짝도 못움직인다고 다리꼬고 앉았음(실은 다리가 짧은 관계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쥐가나서)
여자: 당신자식이 돈 내고 이렇게 부당한 대접 받으면 당신 같으면 가만히 있겠냐?
사내: 마음대로 해라.(반말을 하며 담배를 피워문다.)
여자: 어디 누가 이기나 두고 보자.

한 5분쯤 지났을까?
한사내 등장함(진짜 주인).
나에게 무슨 일이냐고 되묻길래.
몰라서 묻냐? 다 알면서 왜묻냐?
나 입아프니까 말하기 싫다. 댁하고 문제가 아니라 저 사내하고의 문제니 끼어들지 말라고 했더니.
자기가 주인이고 사내는 처남이란다.
그러더니 문을 열고 나가서 남푠하고 얘기를 하길래?
저 거기서 부터 이를 갈았습니다.

그래 니들이 나(여자)라고 무시? 깔?보고 있구나.
내 매운 맛좀 보여주자. 와서 말 한마디 못하고 문 밖에 있는 (허수아비)인간 한테 니들이 사과를 해?

저 꼼짝 않고 조금은 거만한채 쇼파에 등 기대고 편안히 있는데.
남푠왈 "다 끝났으니 가자"
내 속으로 "미친놈"
저것도 남푠? 아니 애비? 아니 인간?
자기집 잡개가 이웃집 세파트하고 싸워도 주인이면 당연시리 잡개편인데 저건 완전히 "적,스파이,머저리등등등"

그 자리에서 물러설 제가 아니죠. 어차피 망가질대로 다망가졌는데 여기서 더 손해 볼것 없다는 판단아래"나 돈 도로 돌려 주기전엔 절대로 못간다." 큰 소리 쳤죠.

그랬더니 주인남자 기분 나빠하며 얼마냐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6000원이라고 했더니 주인남자 돈통에서 6000원을 꺼내드는 순간! 담배피고 있던사내 다른 게임이라도 했으니 주면 안된다고 둘이서 뺏고 빼앗기고 실랑이?
결국 제 손에 6000원 움켜쥐고 나왔습니다.
제 뒤통수에 대고 사내놈"잘 먹고 잘살아라"해서 나 또한 "그래! 너도 잘 먹고 잘 살아라"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저 남푠이란 인간 들어라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진작 아이들과 나 한테 사과 했으면 나도 그쯤에서 그쳤다. 그렇지만 니들이 나(여자) 무시하고 남자놈들끼리 찧고 까불어서 화를 불렀으니 꼬시다."했죠.

그러고 집에와서 우리 부부 피 터지게 싸웠습니다.
남푠 체면 깔아 뭉겠다며 따지는 남푠과 치사하게 남자가 자기 아내가 싸우는데 문밖에서 구경만 하고 있냐며.....

그날 밤 별이 빛나는 밤이었습니다.
하늘에 별이 총총 했냐고요. 어찌 그리 심한 농담을?
제 뒤통수 남푠 주먹에 맞아 우주의 온갖 행성들 다 떠다니고요.
우리 남푠 다리 시퍼렇게 도배했습니다.

우리집 전쟁 아직도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건 적인지 아군인지 소속이 불분명한 남푠 믿고 살아야 합니까?
저 하루에도 몇번씩 내눈 내가 찔렀다며 자책하고 삽니다.

지금도 우리남푠 6000원 받았다고 저 나무라고 저는 "적과의 동침"이라는 말 가슴에 각인시키며 한숨 짓고 있습니다.

아컴 아줌니들 제가 너무한 겁니까?
아니면 제가 잘 한겁니까?
판단 좀 해주세요.

저 그날 있었던일 상기시키면 지금도 온 몸이 활 화산입니다.
두서 없는 글 읽어 주신 아컴아줌니들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두배로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