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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부부사랑


BY 세월 2001-01-09

사랑은 움직인단다

요즘 그것을 깨달았다

등 돌려 날 배반한
영원히 사랑으로
살아갈 것 같던
남편에게서
등신 같은 믿음 하나로 가족이라는 굴레를 핑계로
그를 천진하게 믿어왔더랬다

그에게서 바람은 소리없이 잠들었는지 아닌지...

아직도 나는 여전히 그의 뒷 그림자를 밟으며
그의 또 다른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초라한 모습의
아내이길 포기하는 여자이지나 않은지

아직도 나는 여전히 그를 사랑이라는
썩어들어가는 고인 사랑을 흉내내는,
미련한 한 남자의 가련을 구가하는,
남겨진 여자이길 갈망하는 초라한 여인이지나 않은지


그러나 나는 잊을 수 없는 아픔이 아직까지 남아있음에
질기디 질긴 우리네 사랑의 연을
무관심의 그 흔한 고리로 다시 엮고 싶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남편을 또다른 인격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는
끊임없는 역동성의 에너지로 작용한다는 것이....

십 수년 그에게로 향한
알 수 없는 열정 사랑의 충만함이
이제 모두 스러지려 한다는 것에
아니
내 스스로 그를 포기하려 한다는 것에
더할 수 없는 비감함이
오늘 다시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사랑은 움직인다나?
사랑없는 부부의 연은 이쯤에서
접어버릴까보다

아니
그래도
난 아직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직은 그를 포기할 수 없지만

알수 없는 그만의 여자를
그가 포기 할 수 없다면
기다리까보다

아니
그래도 난 아직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직은 그를 단념할 수 없지만

날 가슴아프게 했던
그만의 비밀을
내 스스로 포기 할 수 없다면
내가 나 스스로
그를 용서할 수 없을 때
내가 그를 버릴까보다

아니
그래도 난 아직 그를 사랑이라는
움직이는
역동체를
아직도
내 가슴에 품은 탓에
그를 묻어둘 수 없음에 슬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