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시집식구들 미워서 잠도 못잤다.
우리도 살기 힘든데, 아들이 셋이나 있으면서도 제일 착하다는 이유로 온갖 집안 빚 갖다가 떠안기는 시부모님이 미워서 잠 못자고..
나이가 먹을 만큼 먹었으면서도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고 주위사람들 힘들게 하면서도 자기 잘못은 손톱만큼도 깨닫지 못하는 덜되먹은 시동생때문에 잠 못자고...
살만하고 명예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시부모님 일에는 항상 뒷짐만 지고 모르는 척 하고 있는 아주버니가 미워서 잠 못자고..
부잣집에서 시집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잘난척하고 거만하고 독선적이고 없는 시집식구들 거지 보듯하면서, 집안일에는 하나도 참석안하고 무슨일만 생기면 시동생한테 떠넘기고, 시부모님 용돈도 생활비도 전혀 안드리면서도 매일 시집식구들 욕만하는 손윗동서가 미워서 잠 못자고..
그렇게 당하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돈 들이고, 고맙다는 이야기는 커녕 오히려 당연하다는 이야기 듣고도 여전히 자기 집안 식구한테 똑부러지게 한마디 못하는 물러터진 남편이 미워서 잠 못자고...
지금도 여전히 집안일에 이리뛰고 저리뛰고..
시동생이 벌여놓은일 뒷수습하느라고 남편은 이리뛰고 저리뛰고..정작 문제의 당사자인 시동생은 쏙 빠져서 편안하게 지내고..
그래도 시동생한테 한마디 못하는 바보남편..여태까지 그렇게 뒤쳐리를 많이 해주었으면서도 번번이 당하고 또 당하고.. 자기도 속상해서 내 앞에서는 울면서...정작 지 동생한테는 한마디도 못하는 바보남편..
남편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들을 떠안고 처리하니까 아주버님 손윗동서시부모님 모두 남편이 하는걸 당연하다 생각하고 문제만 생기면 남편부터 찾고, 당치도 않은 것까지 우리보고 해결하라고 하고..
그래도 자기 형한테, 형수한테 부모한테 한마디도 못하고 묵묵히 있는 바보남편.... 나한테는 속상하다고 형수, 형 밉다고 하면서 ...
속상해서 살이 쭉쭉 빠지고 때론 울기까지 하면서도 한마디도 똑소리나게 못하는 남편...나 남편이 밉다.
잊어버려야지...잊어버려야지...하면서도 한번씩 생각이 날때마다 뒤목이 뻣뻣해 지는걸 어쩔 수가 없었다.
며칠을 그 사람들 미워서 ,그동안 당하고 살았던게 분하고 손윗동서의 싸가지 없는 욕설에도 말대꾸 한마디 제대로 못했던게 억울해서
잠 못자고 뒤척였다.
그랬더니....나만 괴로웠다.
잠못자서 괴롭고, 머리도 아프고 사는 것도 즐겁지가 않고 ...
잊어버려야지.
잊어버려야겠다.
그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집식구들한테 연락안한지 한달이 넘었다.
하기 싫다. 연락.
아주버님과 손윗동서는 우리한테 아쉬운게 있으니까 친해보려고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
더 밉다..그래서 더 밉다.
남편하고 나, 지금 저항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똑소리나게 시집식구들한테 뭐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 많은 일들, 일일이 말하고 싶지도 않고...또 떠올리고 말하다가는 화가 나서 심장이 터져버릴테니...그저 돌다 묵묵히 아무것도 안하기로 약속했다.
시부모님 용돈만 매달 드리고 나머지는 아무것도 안하기로 했다.
그래...우리가 아무것도 안하면 자기들이 벌일일은 자기들이 처리해야겠지...우리는 우리일만 생각하기로 했다.
다만 시부모님은 생활력도 없고 경제력도 없고 연로하시니 매달 용돈 챙기는 일은 잊지 않는다.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도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잊혀지지가 않아서 며칠을 괴로워했다.
이젠 다 놓아버려야지.
미워하고 잊지 않으니 너무너무 힘들더라..나만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