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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돌을 던지세요.


BY 카나리아 2001-01-13

한마디로 이혼하고 싶습니다.
사랑에 말그대로 눈이 멀어 결혼했습니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저 사랑하나에 목숨걸고 결혼했죠.

당시 흔들리던 절 남편은 무릎꿇고 빌면서 결혼해달라고 애원했었습니다. 평생 잘하겠다고.. 뭐 그런말이야 누구나 다 하는거라고 하더군요.

결혼후 시댁의 납득이 가지않는 부당한 대우와 근거없는 거들먹거림에도, 자기밖에 모르고 입을 열었다 하면 욕에다 전혀 이성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는 한마디로 더러운 성질의 남편도....사랑하니까 참아왔습니다.

그러나 요즘 전 더이상 참기가 싫어졌어요.

제 얘기를 들으시면 아마도 절 욕하실분들이 많을줄로 믿습니다. 그래서 여길 들어오면서도 한번도 얘기를 하지 않았구요.

그치만 오늘은 하고 싶어요. 조언을 해주시면 좋겠지만 욕도 들을 각오로 씁니다.

전 흔히 말하는 3대 일류대학은 아니지만 좋은 대학을 나왔고 직장생활을 합니다.
꽤 좋은 직장을 다니지요. 그런데 이 직장이라는 곳이 절 참으로 비참하게 만들더군요.

동료들이나 그들의 남편들 혹은 아내들은 하나같이 엘리트들이고 말그대로 일류대학 출신들입니다. 그리고 오래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서로에 대해 잘 알고요.
그들은 제가 결혼할때 모두 절 거의 정신나간 사람으로 보더군요. 왜냐구요? 제 남편은 지방대 출신이거든요. 그들에겐 그런것이 거의 목숨보다 소중할 지경인겁니다.

결혼후에도 그들은 회사모임 등의 장소에서 자기들 엘리트끼리만의 동지의식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그럴때마다 절 안쓰럽게도 보고 은근히 따돌리곤 하더군요.

회사일로 새로 만나는 사람이 남편에 대해 묻다 출신학교 얘기가 나오면 상대방 얼굴이 굳어지고 대화가 뚝 끊길 그런 지경의 분위기의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참 더럽고 치사한 회사를 다니지요? 그만두라고요? 회사가 무슨 죕니까 내가 안맞는것일 뿐이죠. 저에게 경제적 풍요를 주기도 하구요.

처음엔 그들을 전 비웃고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전 남편에 대해 밝히는것이 왠지 꺼려지고 움츠러들게 되더군요.

그리고 남편을 무시하게 됩니다.
그의 친구들도 한심하게 여겨지구요.

학교친구들과의 사이도 멀어지고 거의모두 의사거나 판사등등 사자붙은 직업의 친구 남편들과 부부동반으로 만날때면 남편이 너무 초라하고 내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지곤 했죠.

그래도 내가 한 선택이니만큼 전 행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남편을 무시하는 마음이 쉬 사그러들진 않더군요.

거기다가 시어머니는 제 맘도 모르고 저보고 늘 시집 잘왔다고 복도 많다고 그러니 잘하라고...아... 시집얘긴 길게 하고싶지도 않아요.
저희 엄마는 서울대학교를 나오신 아버지한테 시집와 평생을 할머니한테 구박받고 무시당하며 살았답니다. 그런데 기가 막힌 건 우리 시어머니가 저한테 그런식이란 거죠. 아들 잘났다고 착각하는건 이해가 되지만 저에게 분에 넘치는 남편 만났다고 할때면 정말 실소를 금할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시부모야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니 참을 수 있어요.
중요한건 남편이죠.
웃고 잘 지내다가도 조금만 의견이 틀리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손만 안 대었지 거의 때리기 일보직전으로 치닫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로도요. 정말이지 이런사람은 처음 봅니다. 상대방의 얘기는 전혀 듣지 않는 그런 성격이죠. 싫은 소린 죽어도 못듣습니다. 어머니가 그렇게 길러 놓으신것 같아요.
친척중에 누가 아주 사소하게라도 남편 흉을 보면 예를 들어 살이 좀 쪘다라는 얘기만 해도 그분이 자신보다 아무리 어른이라도 노발대발 하십니다. 정말 이해가 가지않는 일이지요.

전 정말 감당을 못하겠어요. 그사람 성격을... 게다가 존경심도 들지 않으니....

제가 한심하단 생각이 드시나요? 하지만 제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는 정말 절 욕하실 수는 없을것 같아요.
이혼하고 싶습니다.
더이상 사랑한단 이유로 결혼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듭니다.
저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