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은 효자아들이다.
흔히 효자한테 시집간 며느리는 맘고생 한다고 한다.
그래.
나도 맘고생 무진장하면서 살았다.
지금도 맘고생 끝내준다.
아들이 여럿이지만, 우리 남편이 효자라는 이유하나로 얼마나 많은 부당한(?) 대우를 당했는지 모른다.
시집일에 이리 끌려다니고, 저리 끌려다니고..
우리 네 발 부르트게 뛰어 다니며 헉헉 거릴 때, 다른 불효자 아들들은 여덞발 쭉 뻗고 편히 누워 있었다.
정말 열받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장남이냐고?
천만에...
불효자아들들의 부인들(?)은 모두가 편했다.
왜냐면 남편이 불효자니까, 자기들이 아무것도 안해도 남편이 한술 더 뜨거든.
그런데, 맘고생 몸고생으로 힘들긴 했었지만, 난 남편이 효자라서 참 좋다.
시부모님 앞뒤 하나도 안맞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 많이 하신다.
억지도 많이 부리신다.
나는 옆에서 속이 터진다.
다른 불효자 아들들..시부모님이 그러실 때마다 눈을 아래위로 부라리면서 자기 부모를 쳐다본다.
소리 뻑뻑 지르면서 말도 못하게 난리를 친다.
그런데도 우리신랑은 시종일관 시부모님께 낮은 어조로 웃어가며 설득한다. 그래도 말이 안먹히면 그냥 가만히 있는다.
첨에는 무지 답답했다.
시집에 갔다고 돌아오면서 왜 한마디 큰소리 치지 못했냐고 닥달하면 나이 드신 양반들, 이젠 아이 다루듯이 해야지 소리는 왜 지르냐고 한다.
당신들도 당신들이 억지 부린다는거 다 알고 계시다고..하면서 맘좋게 또 한번 웃는다. 그리고 나보고도 그런 자기 부모, 그냥 이해해 달라고 한다. 나 힘든건 다 안다고 하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남편이 나사 하나 빠진 바보가 아닌가....도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그런데, 살아보니..살면서 보니 난 효자인 남편이 정말 좋아진다.
다른 아들들, 자기 아이들이 옆에 있어도 부모님한테 눈 부라리면서 아래위로 쳐다보고 소리 지른다.
지금은 모르겠지만,ㅏ 아이들이 보고 배우지 않을까?
같은 상황이 되어도 우리 남편이 시부모님을 대하는 태도와, 다른 아들들이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다르다.
나같아도 부모님이 저렇게 말같지도 않은 억지를 부리면 확~ 소리라도 한번 지르고 싶을 것 같은데, 우리 남편 절대 그렇지 않다.
묵묵히 들어드린다.
남편의 그런 인내심과 이해심이 갈수록 존경스러워진다.
나 효자남편 만나 속이 썩어질 때가 많았다.
지금도 종종 속이 뒤틀린다.
때론 무진장 원망스럽다.
그런데...우리 남편의 그런 태도, 난 은근히 자랑하면서 산다.
우리 친정부모님께도 우리 남편이 그러더라고, 속상해서 말하면서도 은근히 자랑한다.
효자...
지금 당장은 괴로울지 모르지만, 그것도 하늘이 내리시는 것임을 난 믿는다.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