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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명절


BY 유심조 2001-01-18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민족의 대 이동이 있는 명절이 다가온다.
즐거운 명절이 되어야 하는데 왜 이 땅의 많은 아줌마들은 명절만 되면 우울함을 앓아야 되는가?
나 또한 결혼9년차의 아줌마이자 한 집안의 외며느리이다.
그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명절이 되면 어떻게 하면 친정에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시어머니께서 일찍 가실까?(참고로 명절을 우리집에서 쇤다.) 어떻게 하면 시누 얼굴 안 보고 일 조금 하고 친정으로 갈 수 있을까?
참 무던히도 머리를 굴리고 살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머리굴리고 여우같이 사는 것이 나한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그렇게 내 마음을 팔아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명절이란 서로가 따뜻한 마음을 주고 받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있는 건데 요즈음은 점점 삭막해지고 있다.
어린 시절 지녔던 순수함,부모님의 따뜻함 이런 것을 느끼기 위해 꽉 막힌 고속도로를 뚫고 힘겹게 고향을 찾아가는 건데,서로가 맛있는 음식을 해 먹으면서 아름다운 마음을 주고 받는 그런 게 명절인데...
지금의 명절은 부엌에서는 자기는 쉬운 일만 골라서 하는 얌체 같은 동서랑 일도 해야 하고 아니면 서로가 일찍 빠져 나가려고 하지는 않는지. 아니면 친정에 일찌감치 온 시누들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지는 않는지
주변을 돌아보면 참 별의별 사연이 다 있다.
부엌에서 고생하는 올케를 위해 따뜻한 말 한마디 하는 시누가 별로 없고 자기 먼저 친정가느라 바뻐서 친정못가고 뒤에 남아 고생하는 동서를 먼저 밀어내는 다른 동서도 별로 없다.
어차피 우리네 육신은 이 세상을 떠날 때 놓고 간다. 그저 내가 평생 살았던 마음만 들고 간다. 내 마음에 많은 탐진치를 들고 갈 것인지 아니면 따뜻하고 진실하고 순수한 마음을 들고 갈 것인지는 내 스스로가 더 잘 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 아줌마들부터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싶다.
나 먼저 베풀때는 진실하게 베풀고 내가 고쳐줄 것이 있으면 상대를 과감하게 고쳐놓자.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옛부터 내려오는 명절의 의미를 변절시키지 말고 시대에 맞게 고쳐 봤으면 좋겠다.
음식도 적당히 먹을만큼 서로가 도와가면서 만들고 서로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주고 받는 그런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최선을 다한만큼 돌아오지 않는다고 속 썩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상대의 마음은 상대가 갖고 가는 거지 내가 갖고 가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데 아주 무지한 자가 아니면 내가 진실로 행한 것을 알아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땅의 아줌마들이 즐거운 명절을 보내시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