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여기에 제 형님 얘기를 썼던 그 바부탱이입니다.
이번주에는 내내 한숨만 나오네요.
오늘이 시댁 제사인데, 일주일전부터 머리가 아프더군요.
왜냐구요?
오늘 또 전 시어머니와 형님 사이에 껴서 또 샌드위치가 될겁니다.
우리 어머니 며칠 전부터 코빼기도 안비치는 형님에게 단단히 벼르고 계시지요. 저한테는 뭐라고 뭐라고 흉을 보시지만, 그래도 막상 오늘 형님이 나타나면 직접 대놓고는 아무 말도 못하시겠지만.
제사랑 설이랑 다가와도 우리 형님은 아는체도 안하고
이번에도 성질 급한 제가 시댁에 장보시라고 돈을 먼저 내 놓았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했겠지 싶어 가만히 계시는걸 알면서도.
우리 어머니 며칠 전부터 생선 사다 말리시고, 나물 찌시고...
그러면서 저 퇴근해서 가면 중얼중얼 형님 욕을 하십니다.
오늘은 또 형님이 오셔서 부엌에서 제게 어머니 흉을 보시겠죠?
문제는 형님이나 어머니나 두분 모두 제가 당신들 편인줄 안다는거죠.그러니 중간에서 양쪽 흉을 다 들어야 하는 저는 뭐가 되겠어요?
맞장구를 칠 수도 없고, 그게 아니라고 역성을 들 수도 없고.
그저 입 꾹 다물고, 고개만 끄덕거리면서, 귀만 열어둡니다. 그냥 알아서 들어왔다가 나가라고.
정말 사이 않좋은 두 고부간에 껴서 명절이나 제사때가 되면 중간에서 돈 나가, 마음 고생해, 몸 고생해...이게 뭔 짓인지 알 수가 없네요.
오늘도 어머니는 형님 눈치보느라 제사 끝날때까지 제게 먼저 가보라는 말씀을 못하시겠죠? 그럼 전 또 12시 넘을때까지 옆에서 시중 들다가 그 때서야 시댁에서 자야하나, 집에 가야하나 눈치보게 될거구요.
이럴 때 신랑이라도 옆에 있으면 좋으련만...우리 신랑은 자기가 전화해준다고 큰소리만 치고는 막상 또 전화해서는 저 먼저 보내라는 말은 못할 사람이란걸 알지요.
어떨 때 보면 우리 형님이 부럽기도 해요.
거침없이 자기 할 소리 다 하고, 건너 뛸건 용감하게 건너 뛰고도 시부모가 눈치보게 만드는 재주라니.
저는 늘 알아서 먼저 기면서도 늘 양쪽 눈치 살피느라 정신이 없는데 말이죠.
가끔은 저도 단독 노선을 걸어??? 하지만, 저까지 그러면 정말 콩가루 집안이지 싶어서 그저 꾹꾹 참고, 좋은게 좋은거려니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또 우리 아들녀석, 형들한테 또 얼마나 시달리고 있을지 가슴이 아프네요. 그래도 오늘이 제사인데 지금쯤은 형님도 왔겠지요.
아, 정말 도망가고 싶습니다.
다가오는 설에도, 형님은 보탠거 하나 없이 목소리만 당당할거고,
우리 시어머니는 돌아서서는 흉보면서도 앞에서는 아무 소리 못하실거구요, 전 혼자 속이 터질겁니다.
왜 부모들은 큰 자식에게 약한걸까요? 정말 답답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