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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담 세상에...


BY 찰리 2001-01-21

꼭 남자로 태어날꺼다.
그것도 잘생기고, 바둑도 잘 두고, 스타크래프트도 잘 하고 멋있는 우리 남편처럼...
꼭 그런 남자로 태어날꺼다.
가진 건 없어도 그냥 잘난 척하고 사는 그런 남자로...
그래서 배가 남산만한 마누라랑 구여운 아들놈 내팽개치고 새벽까지 친구들이랑 놀다가 미안한 척하면서 집에 들어갈꺼다.
마누라가 아무리 힘들어해도 힘들지, 사랑해 한 마디로 땜방해 버리고 맘 편하게 살꺼다.
마누라 똥 누는 동안 아들놈이 욕실 앞에서 악을 바락바락 써대며 목이 터져라 울어대도 그냥 친구랑 컴퓨터로 게임이나 할 거다.
우리집에 가서 마누라가 엄마 앞에서 뭐라 궁시렁거리면서 알랑거려도 나는 그냥 누워서 이것저것 시키면서 테레비나 쫄거다.
처가에 가면 그냥 소파에 드러누워 하루종일 자다 테레비 보다를 하다가 저녁 때면 동네 게임방에 가서 친구랑 게임하다가 새벽에 들어올거다.
내 동생들이랑 엄마랑 모여 맛사지 받고, 서로 비싼 화장품에 옷 자랑을 해도 마누라는 수더분하고 소박하니 그럴 필요없다고, 나이 먹으면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게 훨씬 더 낫다고 얘기해 줄거다.
마누라가 딸만 있는 집에서 아빠 제사 못 모신다고 명절 전날 밤에 혼자 숨죽여 울어도 미안한 마음에 그냥 모른 체 하고 잘거다.
씩씩거리며 얼음판을 애 안고 걸어다니며 일을 다녀도 데리러 안 가고 친구랑 고스톱도 치거다. 그리고 다음날 내가 딴 돈 중 반을 안기고, 그냥 땜방하고 넘어갈거다.

난 꼭 담에 이런 남자가 되고 싶었어요. 물론 우리 남편은 여자로 태어나 내 마누라가 되어야겠죠? 근데, 쓰다가 생각해 보니까 그럼 담 달에 태어날 우리 딸내미는 어쩌죠? 이런 놈 만나면?

그냥 우울해서 한번 올려봤어요.
즐겁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맘 편히 먹고 연휴들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