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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어떻하면 좋을까요


BY 고민녀 2001-01-22

여기 글 올리신 분들 사연을 읽다보면 '나는 행복한 고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래도 마음이 넘 무거워 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고자 합니다.

저는 올해 35살로 6살과 16개월된 아들만 둘인 주부입니다.
남편은 동갑으로 오랜연애끝에 결혼했지요.
저는 결혼전부터 직장생활(전문직)을 했고 결혼후에도 계속 하다가 큰애를 임신하면서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저는 계속 일을 하고 싶었지만 시부모님께서 그만두기를 원하셨고 그때는 저도
좀 쉬었다가 다시 일할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퇴사하였습니다.
그때도 애기 낳을때까지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언제 그만둘건지 자꾸 물으시는통에
산달이 한참 남은 상황에서 그냥 그만두었지요.

큰애가 백일쯤 지나 다시 일을 하고자 말씀드렸는데 시아버님께서 아무말 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리시는 걸 보고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일하고 싶은 마음은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둘째를 임신했고, 저는 마음으로 일을 포기했습니다.
애가 둘이나(게다가 하나는 간난애) 딸린 아줌마에, 공백도 길고, 나이도 많고,
또 애봐줄 아줌마 구하는것도 만만찮고, 그 비용도 그렇구요,
그리고 집에만 있다보니 다시 일할 자신감도 없어졌거든요.
내가 다시 나가면 과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구요

하여튼 일을 포기했는데 둘째 낳고 백일쯤 됐을때 우연히 일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예전에 일하면서 알던 분이 일을 주신겁니다.

그분이 제 편의를 봐 주셔서 출근시간이 유동적이었고, 한 2달 정도만 도와달라고
하셔서 시부모님 모르게 2달 정도 일을 했습니다.
애는 산후조리 도와주신 아주머니가 봐주시기로 하구요.

그런데 일을 해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애들도 별 문제가 없어보여
저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 일이 끝나고 저는 정식 일자리를 알아보았고, 제가 할 일이 구해졌습니다.
계약직으로 5개월간 진행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시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의외로 그럼 한번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아마 그때는 5개월간 하고나면 그만두겠지.. 그렇게 생각하셨나 봅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다른일이 연결이 되어서 지금 1년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급여도 울 신랑보다 훨신 많고, 넘 재미있고 신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인생이 달라보이더군요.
내가 즐겁게 사니까 울 신랑도 보기 좋다고 그러더군요.
자기가 좀 불편한게 있을 텐데도 제가 일하는걸 찬성해주었습니다.

그런데요....
울 막내가 얼마전에 많이 아팠습니다.홍역이요.
근데 제가 하는 일이요, 어쩔때는 야근도 늦게까지 하고 그런일이 종종 있거든요.
하필 울 막내 아플때 일이 생겨서 밤 12시에 퇴근을 했습니다.
그것때문에 시부모님이 안돼겠다고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2번 저희 집에 오셨는데 그때마다 제가 늦었습니다.
평소에는 7시전에 집에 들어오는데요.
저도 늦고 싶어서 늦은거 아니고 제 속은 얼마나 탓겠습니까?
괜히 울 아줌마만 시어머님께 혼나고, 저도 무진장 혼났습니다.
애가 아픈데 그러고 있다고..일이 더 중하냐고..

그러시더니 그만두라고 하십니다.
울 신랑이 두번이나 가서 여러가지 설명드리고 했는데도 그만두라십니다.

참고로 저의 시부모님 아주 좋은 분들입니다.
물론 저하고 안맞는 부분이 많아서 속상할 때도 많지만 그거야 세대가 다르고,
성격도 다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니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님은 좀 감정적으로 행동하시는 부분이 있어서 저도 여러번 상처받은 적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좋으신 분입니다.
자식들한테 뭐라도 더 해주시려고 애쓰시는 분입니다.
저희 집도 사주셨구요, 뭐든 퍼주시고 그럽니다.

울 신랑은 말씀드리러 갔다가 어머님이 심한말씀을 하셔서 열받았다구 하면서
저더러 그냥 다니랍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다니면 집안이 저때문에 시끄러울 것
같구요, 그렇다고 그만두자니 앞으로의 제 인생이 너무 삭막할것 같구요...
저 어떻하면 좋을까요?

애들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큰애도 엄마 회사다니는게 좋다고 하고, 작은애는 아직 말을 못하지만
저 출근할때 빠이빠이하고 뽀뽀해주고 인사까지 한답니다.
둘다 애 봐주시는 아줌마를 아주 좋아하구요. 큰애는 아줌마를 우리 식구라고
그럽니다. 우리는 5식구라구 하면서..

제 본심은 어떻게든 그냥 다니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저 평소에 시부모님께
말대답 한번 해본적 없답니다.마음이 무겁습니다.

저 너무 고민됩니다. 어쩌면 좋을지...